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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병원에 오시는 날(상편)

by 40대 아재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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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병원에 가시기 위해 제가 사는

서울에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부모님과 중년이 된 저희 세대쯤

병원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젊을 때 가지고 있던 불만 중에 하나가

월급 내역서를 보면, 언제나 변함없이 빠져나가는

4대보험 중 의료보험 납부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에 갈 일도 없었고,

병원도 가기 싫어했을 뿐 아니라,

아파도 그냥 좀 참지... 하며 병원이라고는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당시 저로서는

조금 아깝게 느껴지는 공제금 이였습니다.

 

그땐 아까웠었죠.

 

부모님께서는 정기적 검진과 또는

몸이 불편하시면 다니시는 병원이 서울에 있는데,

얼마 전 SRT 기차를 타시고,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저는 평일이었지만, 부모님이 오신다고 해서

연차를 쓰고, 그날은 부모님을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다시 내려가실 때까지 있기 위해 하루를 뺐습니다.

 

"아버지!. 여깁니다~"

 

굉장히 살갑죠?

 

항상 서울에 오실 때 매고 오시는 검은색 백팩을

매시고, 머리는 하얀색으로 다 바뀌셨지만,

아직 머리숱은 적지 않으신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어. 왔냐?. 빨리 가자. 차 많아서 늦으면 안 되니까

얼른 가자. 차는 어딨냐?"

"주차장에 있어요. 이쪽으로 가시지요.

그리고 엄마. 저번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요즘 엄마 식사 잘 하시지요?."

(저는 아직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이전에 병원 때문에 올라오셨을 때 살이 많이

빠지시고, 기운이 없어 보였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혈색과 살도 좀 붙으신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놓여

그렇게 여쭤보았습니다.

 

"어. 너네 엄마가 요즘은 고기를 그렇게 잘 먹어.

요즘 고기 없으면 밥도 안 먹어.

그리고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걷기 시작해서

좀 나아 보일 거야. 얼른 가자~"

 

사실 저희 어머니는 무릎 수술을 하신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왼쪽 무릎이 불편하셔서

걸으시거나, 차에 타실 때에도 잘 굽혀지거나

움직이는 게 불편하셔서 운동을 잘하지 못하셨습니다.

병원에 가도 예전 수술은 잘 되었는데,

움직임과 불편함에 대해 추가 수술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가벼운 운동만을 추천하곤 했습니다.

그날은 무릎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질환 때문에

오셨지만, 조금 불편하신듯 걸으시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버지와 조금씩 아침저녁으로

산책 겸 운동을 다시 시작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 병원 검사로 인해 오셨는데,

처음엔 코로나도 없었고, 같이 들어가서 접수나

검사, 그리고 진료 등에 대해 제가 했었지만,

보호자 1명만이 들어갈 수 있게 된 코로나 이후로는

아버지께서 다 하고 계십니다.

 

다행히 연세가 있으셔도 배움이나,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나이 먹어서 못해... 이런 건

저희 아버지에게는 먼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스마트폰을 저보다 잘 쓰십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자격증 부자시죠.

연세가 70대 후반이신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필요하시다 싶어서 학원에 다니시더니

자격증을 하나 따셨습니다.

그리고 한자시험 감독관부터, 우리말 자격증,

악기 자격증, 특수 트레일러 자격증까지 정말

없는 게 없으시죠. 목공 자격증까지 따셨고요.

얼마전에는 섹소폰도 연습중 이십니다.

 

항상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시면서

지금도 매일 공부를 하시는 아버지가 저는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가끔 제 자신이 창피하기도 합니다.

 

너도 따라! 자격증!

 

"여기서 내리시죠. 잠깐만요... 아버지

저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다시 이곳으로 올게요."

 

저는 최대한 병원 건물과 가까운 곳에서 잠시

정차 후 아버지와 어머니를 내려드리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검사를 위해

들어가신 병원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보호자 1명만 입장이 가능해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냥 마음이 거기 있어야 할 듯해서

거기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주변을 보았습니다.

마치 대한민국에 아픈 사람은

여기 다 오나 싶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각각의 일정과 사연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거야...'

 

저는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고, 열혈청춘 때

아깝다고 생각한 의료보험에 대해

잠깐 생각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보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 혜택을 보시는 거고,

지금 나도, 그리고 가족도 그렇구나...

아깝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자 키다리 아저씨가

될 수도 있는 거구나..'

 

이런 너무 바른 생활이나,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저 또한 병원에 갈 일이 점점 많아지고,

검사까지 포함하면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 어떤 곳이라도 아프면 치료가 다 되는

그런 것이 나오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사람들마다 주어진 수명과 생명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다가 적어도 병이나 아파서

생을 마치는 일이 없이, 정상적으로 늙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그냥 늙어서, 노환으로

그렇게 되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흐르고, 조금 답답해서

건물 밖에 나무가 있는 곳을 산책을 좀 하다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조금 기다리다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나오시는 모습이 조금 멀리서

보였습니다.

 

"애쓰셨어요. 어머니. 검사는 다 끝나신 거예요?"

"아니. 하나 더 있어. 그건 조금 있다가 해야 돼."

"아버지 오늘 검사 일정 적힌 거 저 좀 볼게요."

 

오늘 어머니 병원 일정이 프린트된 종이를

아버지에게 받아서 읽어보고, 시간을 보면서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오후인데, 식사는 검사 끝나고 하셔야겠네요.

다음 검사까지 시간이 좀 얼마 안 남아서요.

아버지, 어머니 배 많이 고프시겠어요.

원래 같으면 지금 아침과 점심을 다 드셨어야 할

시간인데, 조금만 참으시고 저랑 맛있는 거 먹으로

가시죠. 근처에 고기 잘하는 집 제가 알아요."

"어. 출출한데, 어쩌겠냐. 고기 먹어. 무조건.

너네 엄마 요즘 고기 없으면 밥 안 먹어."

"네. 아버지. 엄마 전엔 고기 잘 안 드셨는데,

그래도 잘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고기서 고기죠. 맞습니다.

 

1시간이 안되는 시간이 지난 후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은 검사를 위해 검사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나 자식들에게 헌신적이시고, 든든하고

그리고 언제나 안아주시던 부모님께서 어느새

머리가 다 합해지시고, 조금은 작아진듯한 몸.

연세가 들어 이제는 노인이 되어버린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때는 정말 흘러간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출처-일러스트 노콩

 

그래도 아직 움직이시거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고, 식사와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검사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은 검사 다 끝났고? 지금 병원이지?"

 

아내였습니다. 출근을 해서 나오지 못한 미안함에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응. 2가지 검사인데, 한 가지는 다 하셨고,

나머지 한 개 더 검사하시러 들어가셨어. 좀 전에.

너무 신경 쓰지 마. 오늘은 검사만 하시는 거니깐.

그리고 좀 있다 식사하고 기차역에 모셔다드리고,

집으로 갈게."

"어. 맛있는 거 사드려. 드시고 싶으신 걸로."

"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고기 드신다고 하더라고,

OO 고깃집 있잖아. 거기 가려고."

"아. 거기 그래. 거기 좋겠다. 고기 거기 맛있어."

"응. 알았어. 일봐. 나중에 전화할게."

 

그렇게 전화를 끊고 20여 분쯤 기다리니

검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애쓰셨어요. 검사받으시고, 다니시느라.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주차장에서

차 가지고 아까 내리신 곳으로 올게요."

 

저는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와서 처음 왔던 곳에서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평상시로 따지면 두 끼를 건너뛰셔서 출출하시고,

검사로 힘드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잘 아는 고깃집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끝,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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