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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병원에서 외치다.

by 40대 아재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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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오늘은 10여 년 전에 지금도 단골로 다니고 있는
내과에서 있었던 일을 포스팅하려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병원이죠. 적십자 아닙니다.


당시에는 서울로 이사를 온 지 몇 년
되지가 않아서 속이 불편하거나,
감기 등이 걸리면 이곳저곳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신 분이 계시는
한 내과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저는 계속해서
내과를 갈 일이 있으면
그곳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일 때문인지. 스트레스도 심하고, 한창 열심히
회사 허리에 해당하는 대리, 과장 정도의 직위로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는데요,
자꾸 소화불량에
심할 때에는 구토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볼일을보는 것도 자꾸 불규칙 해지고,
몸이 좀 많이지치고 힘들 때쯤에
아내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몇 번 다닌 그 병원에라도 가봐서 내시경 해볼까?
요즘은 힘들지 않게 수면내시경으로 다 한다는데,
40이 넘으면 2년마다 검사인데,
한번 예방차원에서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시경 검사.


아내는 제 걱정에 당시 30대였던 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시경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아내의 말에, 조금은 걱정도 되고,
처음 해보는거라 긴장도 되었지만,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고
다음날 쉬는 날인 금요일에 그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사전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고,
식사를 거른 채 그날 아침 8시가 좀 넘은 시간에
병원으로 아내와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종이 프린트에 적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주고, 원하면 윗옷을 갈아입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하기로 하고 잠시 대기를 했습니다.
감기나, 소화불량으로 종종 왔던 병원이었지만,
오늘따라 왠지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의 눈빛이 조금은 뭐랄까...
주사 먼저 맞고, 나중에 맞는 아이에게
보여주는 눈빛... 뭐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OOO님!.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 진료실로
저를 불렀고, 의사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처음이신가요? 내시경은?"
"네. 처음입니다."
"네. 한 3~5분이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네?... 수면인데 참아야 하나요?
수면해도 아픈가 보죠?"
"예? 잠깐만요... 아. 수면이시네요... 못봤네요.
수면이면 진정제 맞으시고 잠에서 깨시면
아마 다 끝나 있을 테니, 편하게 받으시면 됩니다."

믿어도 되는거겠지...


왠지 진료실에서 나올 때 수면이라고
말 안 했으면쌩으로 할 뻔했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간호사가 팔에 진정제가 들어갈 바늘을 넣는다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쌩으로 하지는 않겠지...'
괜히 다시 한번 혼자 생각을 하면서
조금 있으니 간호사가 이것저것이 담긴
이동식 테이블을 가져오더니,
제 팔에 진정제가 들어가기 위한
바늘을 꽂았습니다.
조금 따끔하긴 했지만,
생으로 하는 것보다 낫겠지... 하며
그렇게 잠시 대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때 아내 옆에서 아이와 함께 같이 대기했는데,
당시 어렸던 저희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 아파? 호오~호오~"
저희 딸은 팔에 주삿바늘을 보더니,
그곳을 향해 제가 아플까 봐 입으로
호오~호오~ 불어주더군요.

귀엽네요~


이래서 딸을 키우나 봅니다.
아들이었으면, 아마도...
아빠!! 그거 빼봐!... 그랬을 듯요...
딸에 그런 모습에 조금 긴장했던 저는 긴장이
풀렸고, 아내는 자기도 나중에 해보겠다면서
내시경 끝나고 후기를 자기에게 말해달라고
이야기하더군요.
표정은 굉장히 큰 결심을 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OOO님. 검사실로 들어오세요!"

이때 저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고,
저는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마치 전쟁에 나가는 장군의 마음으로
안 떨리는 척, 괜찮은 척, 웃으면서말했습니다.

진짜냐?

"갔다 올게. 그리고 끝나고 죽 먹게 예약해놔."

정말 괜찮냐? 아닌거...


그 와중에 배고픈 건 있어서 내시경 후에는
죽을 먹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아내에게
죽을 예약하라고 말을 하고,
전 검사실로 들어갔습니다.
검사실로 들어가니, 왠지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고,
조금은 어두운 조명과 지금은 너무나 흔해진
마스크를 쓴 간호사 2명이 무언가를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성함 OOO이시죠? 생년월일은....이고요?"
"네.."
"이쪽으로 누우시고, 저를 보고 새우 모양으로
옆으로 누우세요. 신발은 벗으시고요."
간호사의 말대로 저는 검사 침대에 올라가서
새우 모양으로 다리를 가슴 쪽으로 올리고,
간호사를 쳐다보면서 긴장되는 가슴을 느끼며,
입에 마우스피스를 물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누워 있었습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제 맥박과
이런저런 상태를 보시고, 간호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왜그렇게 심각해야 하는데....


"진정제 들어갑니다. 편하게 호흡하세요."
간호사는 제 팔에 꽂은 바늘에 주사기를 통해
진정제를 넣고 있었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생겨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깟 진정제로 내가 잠이 들거같..... zzz."

저는 어느 순간 눈을 뜨니 굉장히 밝은 조명이
눈앞에 보였고, 처음엔 흐릿한 그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제가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 뭐야... 끝난 건가? 아니면 아직 진정제를
다 안 넣었나?...'
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확실히 처음에 들어갔던
검사실은 아녔습니다.
'제길... 잠 안 들어 보려고 한번 해봤는데.... 졌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제가 있는 회복실이라고 쓰여있는 이방으로
들어오더군요.

그게 내기할 꺼리냐...


"어~왔어? 우리 딸도? 하하. 금방 끝나더라고,
한 건지 안 한 건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야.
나중에 자기도 해봐. 이렇게 금방 끝날지 몰랐네."
"하... 내가 창피해서... 하..."
"???"
"자기 지금 한 건지 안 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지?
지금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 여기서
내시경 검사한 거 다 알아...
아... 그나저나 다음부터 여기 어떻게 오지..."

아내는 도대체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고, 딸아이는 마냥 저를 보고
좋다고 침대로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3분 정도 더 있다가, 나가도
좋다고 해서 저는 대기실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과를 듣기 위해서죠.
그때 접수처의 간호사와 몇몇 진료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저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거 같았습니다.
저는 그냥 '왜 저러지 저 사람들. 나보고 그러는 건가?'
그런 생각만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딸과 장난을
치면서 그렇게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OOO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저와 아내, 그리고 딸은 모두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갔고, 선생님은 컴퓨터 화면을
돌려서 저희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선 크게 문제는 없고요. 다만, 장상피화생...
이건.... 염증이 좀 있는데, 크게 문제 될 건
없어서,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네요."
"아.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ㅋㅋ"
갑자기 의사 선생님이 절 지긋이 쳐다보시더니
웃으시더군요. 저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아내를 보면서 무슨 일이야... 하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다시 말을 이어가셨습니다.
"그래서 차는 뭐 사실 거예요?"
"네? 차라니요?... 무슨... 차를 왜..."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전 아내를 다시 쳐다봤고,
아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별걸 다한다.진짜...


"그게 무슨... 말씀... 선생님?"
"제가 의사 생활한 지 20년이 좀 넘었는데요.
수면내시경을 하고 평상시 생각한 것이나,
고민거리 뭐 이런 것들이 있으면, 내시경이
끝나고, 그런 말들을 하기는 하죠.
그것도 뭐 웅얼웅얼 거리는 정도로요.
근데, OOO님은 병원이 떠내려가게...ㅋ"
"예?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뭐라고 누구나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크게 소리치는 환자는 처음 봤어요.
그 정도면 마취에서 깨도 그렇게 크게
소리 못 지르는데... 암튼 저도 처음입니다."

그랬습니다.
제 기억은 간호사가 제 팔에 진정제를 넣고
수면상태에 들어가고, 검사를 다 한 후 회복실로
옮기기 직전, 그러니까 검사실에서 옮기려 하는데,
순간 제가 이렇게 소리를 쳤다고...

"차를 사야 하는데!!!. 왜 차를 못 사게!!!
내가 차를 사야 하는데!!!. 난 차를 살 건데!!!
차를 사야 한다고!!!. 난 차를 살 건데!!!"

목청껏 외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병원이 떠내려가게 수면상태에서
소리를 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기억이 없습니다.
간호사 한분이 제게 나중에 그러더군요.
목으로 내시경이 들어가서
보통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소리 질러서 목이 더
아플 수 있다고...
전 정말 기억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내시경을 한 며칠 후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졸리기도 하고,
잠시 차에 앉아서 낮잠을 좀 자려고
회사 주차장에 가서 의자를 눕히고,
잠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서야 왜 제가 그때
그렇게 차를 사야 한다고
소리를 쳤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7년 정도 된 차를 타고 있던 저는
얼마 전부터 엔진 소리와 하체가
심하게 떨려서 정비를 받았는데,
하체만 수리를 하고,
엔진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니,
좀 더 타다가 차를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정비사분이 말씀을 듣고,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제가 가용한 금액에서 어떤 차가 나을지
알아보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영업사원 할인이라던지,
그 차의 장단점을 찾아보고,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있을 때쯤,
내시경을 한 것이었고,
그렇게 차를 사야 한다고 소리를 쳤던 것이었죠.

그 병원 의사 선생님이 길 건너에
새로 지은 건물로병원을 옮기셨는데,
아직도 저는 그 병원 그 선생님께
진료를 3달에 한 번씩은 가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당시 무슨 차를 샀는지
꼭 알려달라고 하시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시경을 해야 차를 살 수 있나요?


그리고 그런 인연으로 10년이 넘게
그 병원에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그 병원에서 외치던 차를 사야 하는데... 를
그 후에아내와 몇 번 추억 삼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농담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담에 내시경 검사할 때에는 며칠씩
집 생각을 해.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병원에 가서 자기가 외치는 소리를 듣게 해 드리자.
분명 자기는그럴 거 야냐... 집을 사야 하는데!!!.
집 사야 하는데!!!"
아내는 웃으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배꼽 잡고 웃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아내이지만,
양가 부모님께 너무너무 잘하고,
혹여라도 오해 사는 말 한마디 조심하고,
부담드리는 일을 정말 1도 없이
잘하는 아내입니다. 참 고맙죠.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나, 에피소드 있으신가요?
건강해서 아픈 곳 없이 병원 갈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때가 되면 검사도 하고,
진료도 받고, 치료도 받아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저에 첫 내시경 후기를 통해서라도,
조금은 겁나기도 하고,두렵기도 하고,
어쩔 땐 귀찮기도 한
병원 검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해야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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