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 memory

지리산에서 걸어오다(중)

by 40대 아재 2022. 10. 11.
반응형

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어제에 이어 '지리산에서 걸어오다' 중편을
이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뭐. 이정도까진 아니였구요...


"뭐야... 갑자기 비가 오려나... 날씨 좋다고 한 거 같은데..."
그때가 새벽이 다 돼가는 시간이었는데, 조금 멀리서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계곡가 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는 게
순식간이기 때문에 저희는 걱정을 좀 했지만,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라 생각하고, 다시 들어와서
술을 마시고, 어느새 다 골아떨어져서 잠이 들었습니다.
"에에에엥!!! 국립공원공단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급변한 날씨로 이곳 지리산에 폭우가 예상되어,
계곡에 계신 여행객께서는 신속히 짐을 챙기시어...."
몇 시 인지도 모를 새벽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방송을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형님... 형님... 야.. 일어나 너도!"
"아...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아참... 졸려 죽겠구먼..."
"폭우 온답니다. 방송으로 걷어야 할 거 같은데요.. 형님.."
전, 사이렌과 방송을 듣고 가장 먼저 깨서 과대 형님과
미소 형님, 그리고 해병대 친구를 깨우면서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비 오면 그냥 비닐 치자. 어우 귀찮아. 비닐만 쳐!"

 

형님. 이제 좀 텐트 걷어야 할 듯 한데요...


과대 형님은 술이 완전히 취해서 귀찮은 듯 저희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사이렌 소리와 방송 소리에 근처 다른 사람들은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짐을 챙겨서
슈퍼와 관리사무실이 있는 대로변 상가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비는 점점 굵어졌지만, 저희는
가져온 비닐만 텐트 위로 덮어서 비가 안 새게 해 놓은 다음
다시 들어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완전 순식간이라는 게 정말입니다.


"저기요!!!.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빨리 저 위로 올라가요!
방송 못 들었어요?. 빨리 움직여요!"
누군가 텐트 앞에서 저희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국립공단 관리직원들이 텐트 밖에서 우산을 쓰고 밖에서
저희에게 소리치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뭐야.... 형님.... 어... 어?... 뭐야!... 이거"

 

텐트 걷자...


순간 저희들이 누워 있는 텐트 바닥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저희는 그제야 잠이 깨서 상황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텐트와 짐을 챙겨서 대로변 상가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뭐야... 이거... 아.. 정말 짜증 나네... 옷 다 젖었네...
전화기도 이거 물에 젖었고... 가방이니 뭐니
다 젖었네..."
과대 형님은 다 젖어버린 가방과 옷가지에 짜증을 내면서
저희에게 또 이렇게 물었습니다.
"니들은 다 챙긴 거야? 뭐 놓고 온 거 없어?"
"얘가 전화를 잃어버렸나 봐요... 해병대."
해병대 친구가 텐트를 걷고 급하게 짐을 챙기다가,
이쪽으로 올라와보니, 전화기가 없어진걸 그때서야 알고
한숨을 쉬고 가방을 깔고 앉아서 우울한 표정으로 있었습니다.

 

핸드폰 잃어버린 해병대 표정...


"저도 전화 이거 물에 다 젖어서... 좀 전에
혹시 몰라서 그냥 꺼놨어요. 마르면 해보려고."
제 전화도 마침 물에 다 젖어서 배터리만 따로 빼놓은
상태였고, 옆에 있던 미소 형님은 다행히도 전화는
안 젖었는데, 여분으로 가져온 배터리를 잊어버렸다고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형님. 전화는 괜찮습니까?"
"어?... 몰라... 가방에 그냥 다 몰아서 넣어서...
그건 그렇고, 회비 봉투도 같이 넣었나 모르겠네..."
저희는 술을 먹기도 했고, 자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갑자기 내린 폭우에 정신없이 짐을 챙겨서
관리소 및 상가 위쪽으로 피신을 했습니다만,
가져온 가방과 짐들은 모두 다 물에 젖고, 잃어버린 게
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날이 새길 기다리며
관리소 앞 계단에 앉아서 그렇게
졸다 깨다 하며 날을 샜습니다.

 

비가 이렇게 왔는데?


새벽 6~7시쯤 되자 날이 밝았고, 폭우가 내린 하늘은
언제 그랬냐듯이 완전 해가 쨍쨍해졌습니다.
아침부터 더운 공기가 저희를 힘들게 했고,
새벽에 그 난리통에 다 젖은 가방과 옷가지들을
우선 관리소 한쪽에 비닐을 깔고 하나씩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 미치겠네... 하... 어쩌지..."
과대 형님이 깊은 탄식의 한숨을 쉬면서
혼잣말이듯 저희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요. 형님?.."
"회비 봉투 하고 전화기 다 없네... 어쩌지... 와..."

 

형님전화는 상관없어요..회비가...


"예? 다시 찾아봐요! 그거 없으면 우리..."
그때 미소 형님이 힘없이 한마디 더했습니다.
"아... 내 전화기 배터리 없어서 꺼졌는데..."
"야! 네 거 전화기 켜봐. 배터리 다 말랐으면
켜질지 모르잖아."
해병대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그사이 과대 형님은 저희가 텐트를 친 자리에
내려가 보겠다면서 내려가고 있었고,
마지막 희망이 되어버린 제 전화와 분리해놓은
배터리를 꺼냈습니다.
그 순간...
배터리 안에서 물이 주르르륵... 흘러내리고
전화기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 있었습니다.
전화기와 배터리를 비닐에 싸서
가방 앞쪽에 넣어놨는데, 가방 앞쪽은 비닐에
싸서 넣기 전부터 물이 있었고, 그곳에서
물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전화기할부가 이제 시작인데...


"아... 진짜 짜증 나네... 핸드폰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짜... 미치겠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기와 회비 봉투를 찾아보겠다고 한
과대 형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올라와서 저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없다... 큰일이네... 지갑도 없고... 너 전화는?"
"물에 잠겼어요... 아... 진짜..."
지갑이나, 전화가 있으면 사실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아녔습니다.
그리고 전화는 부탁을 해서 집에 전화를 하면 되는 것인데,
돈을 받아서 출금을 할 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전부 가져오지 않은 것이고, 암튼 전화가 되어도 문제이고,
돈을 받을 카드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야. 미소 너 전화는 멀쩡한 거지? 충전만 하면 되는 거지?"
"네. 그런 거 같아요. 충전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야. 다 모여봐. 그럼 이렇게 하자. 잘 들어봐..."

 

설명하지 마세요.


지갑도 없고, 전화도 잃어버리거나, 침수, 그리고 배터리가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할지 몰라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짜증까지 나는 상황에서
과대 형님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우선 집에 전화하는 것은 지양하자. 돈을 받을 수도 없지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엄청 혼난다.
그러니까 집에는 전화를 할 수 있어도 하지 말고,
관리소에 물어봐서 우리의 1차 목적지인
OO까지 걸어가자였는데, 자세한 계획은 이랬습니다.

짐을 싸서 걷는다(마지막까지 추억을 남기자..라는
과대 형님/처음으로 속으로 이형님께 욕했습니다.)

가는 길에 히치하이킹을 한다(최대한 가는 방향으로 많이
타는 것으로 부탁)

 

한번만 태워주세욧!!!



히치하이킹을 못하면 걸어가다가 슈퍼나 상가 등에
들려서 상황을 설명하고, 미소 형님의 전화를 충전한다.

미소형님의 전화가 충전하면 차가 있는 후배에게 전화한다.
(이게 가장 저희가 원했던 겁니다.)

차가 있는 여자 후배가 안될 경우에는 히치하이킹과
걸어서 계속 간다. 전화 충전은 계속 도전한다.
저와 해병대와 동갑인 여자애에게 전화한다.

최악의 경우 1차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그 애가 없을 경우
그때는 미소 형님 전화기 충전을 1차 목표로 하고
가장 이렇게 많은 원인을 제공한 과대 형님이
집에 전화를 해서 구조요청을 한다.

 

과대형님의 바램이겠죠...


이랬습니다.
상당히 먼 거리 인건 알지만, 중간중간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차를 얻어 타면 우리의 1차 목적지인 OO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고 저희는 머리가 벗어질듯한 더위에
신고 온 슬리퍼와 샌들을 신은채 물에 젖어서 몸무게만큼 나가는
가방을 메고 그렇게 1차 목적지로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리소에 저의 1차 목적지인 OO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을 때 그 말을 들은 관리소 직원의 표정은 말하지
않아도 저희가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걸어간다고요? 안될 텐데... 힘들 텐데... 죽..."
"가다가 힘들면 차 얻어타고 가면 되니까, 좀 알려주세요."
"가만있자... 몇 킬로니까... 걸으면... 하루에 10시간씩
걸어도 빨라도 4일 정도 걸릴 듯한데... 이 날씨에. 관둬요."
"암튼 감사합니다... 야.. 가자."
저희는 그렇게 지리산에서 걸어오기 시작을 했습니다.
저희는 그때만 해도, 배당 매고 길거리에서 걷다가
트럭 뒤에 태워주거나, 얻어 타고 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시절이었고, 미소 형님의 전화를 빨리
충전해서 여자애들에게 전화를 하면 금방 해결되리라
생각을 하고, 그렇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전 제 티코가 너무너무 그리웠습니다.


그 뜨거운 날씨에 저희는 출발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지치기 시작했고, 머리엔 수건 한 장씩 쓰고
땀에 온몸이 범벅이 되어가고 있는데, 앞서가던
과대 형님을 쳐다보니, 절대 이것도 추억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잠시 쉬기로 하고, 마침 길옆에
있던 주유소가 있었는데, 그 한쪽 그늘에서
잠깐 쉬기로 했습니다. 힘든 몸을 그늘 바닥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바로 어디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웡!! 웡웡!!! 으르렁.... 웡웡!!.."
살면서 그렇게 큰 개를 처음 봤습니다.

 

주유소개 처음봐?. 자기구역을 뺏겨서 기분나쁜...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오는 그 개처럼 생겼는데,
마치 사자 덩치를 한 개 한 마리가 주유소
어디에서 나왔는지 갑자기 저희 쪽으로 짖으면서
달려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개의 주인도 같이 따라 쫓아오고, 저희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전속력으로 슬리퍼와 샌들을
신은채 완전 단거리 전력질주를 하듯이 그렇게
엄청난 무게의 배당을 매고 전력으로 도망갔습니다.
얼마나 달렸는지, 뒤를 쳐다보니, 개의 주인이 개를 잡아서
멀찌감치에서 뒤돌아 가고 있는 게 보이고 나서야
저희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형님... 헉.. 헉... 그냥... 앞으로 나오는 슈퍼나 아무 데나
들어가서 부탁해서 전화합시다... 이거 못할 듯요..."
미소 형님이 숨을 헐떡거리며, 과대 형님에게 말했습니다.
"어?... 어... 우선 좀 보고..."
"뭘 봐요... 죽겠구먼 진짜..."
사실 과대 형님은 아버지와 누나 그렇게 3명이 살고 있었는데,
누나는 시집을 가서 집에 없고, 과대형님 아버지와 살고 있었는데...
너무 엄하셔서 말도 잘 못하는 상황이라, 좀 머뭇거리며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야! 그래도 히치하이킹 한번 정도는 해보고 전화를 하던가
그래야겠지 않냐?. 니들은 낭만이 없냐... 헉... 헉..."
"낭만은 무슨 얼어 죽을..."

 

마음속은 이랬습니다. 진심으로요.


미소 형님과 저, 그리고 해병대 친구는 동시에 말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걷기가 2시간쯤 지났을 때
앞에 있던 과대 형님은 어느새 맨뒤로 쳐지기 시작했고,
헉헉거리며 뜨거운 태양과 아스팔트 열기로 점점 더 지칠 때쯤
뒤에서 저희를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과대 형님이 트럭 조수석 쪽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연신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낭만? 의 히치하이킹에 처음 성공하고,
저희는 차로 30분 가까이 얻어 타서 걸어왔으면 몇 시간을
걸었을 그 길을 비록 더운 바람이었지만,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트럭 뒤에서 맞으며 그렇게 잠깐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어딘지도 모르는 아주 작은 시골장터 입구까지 태워준
그 트럭 아저씨에게 연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저희는 우선 미소형님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작은 시골시장 한쪽 참기름을 파는 집이었는데,
지나가다가 마침 해병대 친구가 그 참기름집 아줌마가
핸드폰을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 미소 형님 전화와
비슷한 것을 확인한 후 그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저희는 드디어 충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집과 부모님 전화번호는 다 외우고 다녔는데,
나머지 친구나, 지인들은 저장을 하고 다녀서
미소 형님의 전화기에 있는 그 여자 후배와 여자애의
전화번호가 무조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잠시나마 충전이 되는 동안 쉬고 있었고,
충전기를 꽂고, 잠시 후 전원이 들어온 걸 확인한
미소 형님은 저희를 불렀습니다.
"야!! 된다. 아... 전원이 들어왔어... 조금만 충전되면
전화할 수 있겠다... 아... 진짜 다행이다..."

 

왜 그런 표정을 미소형님..


그렇게 저희는 차가 있는 여자 후배에게 전화만
하면 끝나는 이 상황에 안도의 숨을 쉬며
그렇게 미소 형님의 전화가 충전이 되기를 기다리며,
집에 가면 이거 먹어야지... 저거 먹어야지...
씻고 싶다... 이런 말들을 하며,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길어져서 하편에서 계속해야 할 듯합니다.^^;

-끝-

 

반응형

'daily & 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원에서 외치다.  (12) 2022.10.14
지리산에서 걸어오다(하)  (33) 2022.10.12
가보니 괜찮은 곳  (27) 2022.10.11
지리산에서 걸어오다(상)  (47) 2022.10.10
전설의 7번 훈련병  (22) 2022.10.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