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시골 부모님과 있었던 일을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제 앞으로
되어있는 보험이나, 계좌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
사이트가 있다는 뉴스를 보고,
시간 날 때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해당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응?... 여기도 조금 있었네... 여기도 조금..."
전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한 끼 식사와 후식 정도
되는 그 돈을 제가 사용하는 계좌에 이체신청을 하고,
보험 등이나,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정리를 했습니다.
작년에 개인적인 일로 보험금을 받는 일이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이곳저곳 계좌도 정리를 좀 할 겸 해서
같이 알아보던 것이었습니다.
"계좌도 정리됐고... 보험도 OO 하고, OO 하고, 그리고
여기 OO보험과, 맞아 여기것도 있었지..."
저는 이참에 보험 든 내용도 정리할 겸해서
보험증서와 약관을 모두 해당 보험사에 신청을 하고
그 신청한 사실이 잊힐 때쯤 어느 날 저녁에
소파에서 식사를 하고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지이이잉~~~~ 찌이이잉~~~"
스마트폰에서 회사 안에서는 진동으로 해놓은
그대로 제 손에서 메시지가 울렸습니다.
'OO보험사 상품인 OO상품... 변호사 선임...'
메시지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기도 했고,
보험사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아서 메시지를
확인하였습니다.
내용은 OO보험사의 상품이 OO회사로 합병되면서
보장내용이 대폭으로 줄어들어서
그에 대해 가입자 단체가 만들어졌는데,
변호사를 선임해서 단체소송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보험사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얼마 전
정리해놓은 보험사 이름을 꺼내와서 읽어보았습니다.
'OO 보험사는 없는데... 나하곤 상관없... 어? 잠깐만...
합병하기 전 보험 한 개는 어머니 앞으로 되어있는데...'
그랬습니다. 제가 정리해놓은 보험 관련 리스트 마지막에 저희 어머니가 계약자로 있는
보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 앞으로 이전을 한다한다 하면서
십수 년이 지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보험이 하나 있는데, 메모를 해놓은
맨 마지막에 그 보험사 이름을 적고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올해 이전 꼭 하자. 평일날 가능함'
제가 결혼을 하기 전부터 어머니가 들어놓으셨던 보험인데, 물론 어머니께서 처음 몇 년을
넣으셨다가, 제가 그다음부터는
자동이체를 해놔서 지금은 끝난 보험이죠.
개인연금보험이라 그냥 이제는 잊어버리고 있었고,
나중에 제앞으로만 계약자 변경만 하려고 했던 보험이었던 거죠.
'가만... 이것도 혹시 특약이나,
그런 거에 받을 수 있는 게 있나?'
전 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보험증서와 약관을 좀 보내달라고 말씀을 드렸고,
저희 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서 보장내용이
적힌 곳을 찍어서 보내주셨는데...
마침 전혀 그 연금보험과 상관이 없을듯한 특약이 하나
가입이 되어 있었습니다.
무려 금액이 500만 원!!!
보험증권과 보장내용에 정확히 적혀 있었습니다.
'아싸... 대박... 이거 안 알아봤으면 못 받는 돈이었잖아...ㅋㅋ"
저는 아버지에게 우선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아버지 접니다. 별일 없으시죠?"
"어. 어 별일 없다. 지금 네 엄마랑 밥 먹으러 나왔는데,
급한 일 아니면 끊어~"
"아. 그러세요?. 아버지 저번에
저한테 보내주신 보험증서 있죠.
보니깐, 500만 원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거 제가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드릴 테니까,
OO 가셔서 서류만 주면 아마 보험금 줄 거예요."
"뭐? 500만 원? 진짜냐?"
"네. 아버지. 제가 다 확인해보니 받을 수 있더라고요.
제가 서류 우편으로 보내드릴 테니. 그대로 가지고
가셔서 청구만 하시면 될 겁니다."
"아. 잘됐네. 그나저나 너 때문에 받는 건데...
우선 알았다. 나중에 통화하자. 끊는다!
뚜.... 뚜...."
역시 세상에서 성격 급하시기 1등인 아버지는
하실 말씀을 하시고 바로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댓글도 주신
'하이패스 없는 아버지 벤츠' 을 보시면
이해가 좀 빨리 되실껍니다.
저는 서류를 준비해서 바로 보내 드렸고,
저는 아버지가 보험금을 받으면 300만 원을 드리고,
제가 200만 원을 받아서 캠핑용품이나, 아니면
TV를 바꿀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 원짜리로 200장을 뽑아서 그냥 TV 바꾸라고
아내에게 줄까...ㅋㅋ. 오래간만에 생색 좀 내볼까?.'
혼자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며칠이 지나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 애비다. 돈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할래?
보내줘 말어?"
"아 그러셨어요? 잘하셨네요.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제가 식구들 데리고 다음 주에 내려갈게요.
오랜만에 맛있는 것도 좀 먹고, 그러게요."
"그럴래? 알았다. 그럼 안 보낸다. 그때 보자. 뚜... 뚜..."
아버지께서 보험금을 받으셨다고 말씀을 하셨고,
아내에겐 그 말을 안 한상태에서 열흘쯤이 지나고
주말에 아내와 아이, 그리고 저는 아침 일찍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가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아빠! 휴게소 될 수 있음 들르지 마. 엄마도
커피 먹지 마. 알았지?. 화장실 가고 싶으면
딱 한 번만 들려. 응?"
아이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와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럴만한 게, 지금까지 몇 번을 시골에 갈 때
오전 12시 안에 시골집에 도착을 해야 아버지와 어머니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데, 10분~30분 사이로
늦게 도착하면, 여지없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식사를 집에서 먼저 하시던지, 아니면 저희가 오든지
안 오던지 무조건 식사를 하시기 때문이죠.
지금도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6시면 식사를 하시는
부모님은 보통 점심식사를 11시~12시 사이에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내려가는 당일치기 부모님을
뵈러 가면 어쩔 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오기 때문에
아이가 이런 일을 몇 번 겪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점심시간 안에 무조건 도착을 해.
이유 없어. 저번에는 할아버지가 우리가 조금 늦었다고,
차 타고 다른 곳에 가셔서 못 뵈고 왔잖아...
늦지 마! 아빠... 내가 소변을 참을게. 알았지?"
조금은 웃픈 이야기인데,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늦게
시골집에 도착한 일이 있었는데, 먼저 식사를 하시고
기다리시던 중, 지인분의 전화로 다른 지역으로
바람 쐬러 가신 적도 있습니다. 하... 리얼입니다.
그래서 그때 저희는 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와서
20분쯤만 더 가면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린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와 아내가 한 번씩 이 이야기를 두고
혹시 저도 나이 더 먹으면 그러지 않냐고
의심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데...
전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 어머니를 닮아서...
암튼 저희들은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준비를 해서
차를 출발해서 예상 도착시간을 11시인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그렇게 즐겁게 시골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돈을 주시면, 저는 그중 300만 원을 드리고,
저는 200만 원만 받아서 그걸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아내에게 주려고 계획을 하고, 그렇게
시골집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습니다."
"어~왔냐? 얼른 들어와라. 에구 내 손주 많이 컸네."
"식사는 아직 안 하신 거죠?"
"너희들 온다는데 밥을 언제 먹냐? 배고프다
얼른 뭐 먹자."
아버지의 그 말씀에 저와 아내, 그리고 딸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저희는 식사를 차리는 게 번거로우실까 봐
도착하기 20분 전에 배달앱을 통해서
좋아하시는 닭찜을 주문했고, 마침 도착 후 15분쯤
지났을 때 음식이 도착을 해서 부모님과
참 오랜만에 정시(?)에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막내가 근처에 맛있는 커피전문점이
있다는데, 막내랑 매체, 외조카들도 볼 겸
거기로 갈까요? 어머니는 어떠세요?"
"어? 커피? 좋지. 가자!"
저는 제가 받을 200만 원이 있으니,
아버지와 어머니, 막내 동생네와 외조카들,
그리고 저희까지 음식값보다 더 나오는
카페에서 후식과 함께 커피를 풀코스로
기분 좋게 쏘고,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꽃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고,
저희 식구와 막내네 식구들이
아버지와 어머니댁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막내네는 집으로 돌아가고,
저희는 서울로 다시 올라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보험금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잠깐 방에 좀..."
저는 아버지만 모시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봉투에 준비해온 아버지와 어머니 용돈을
드리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여기 용돈이요. 어머니랑 맛있는 거
사드시고, 옷도 하나 사 입으세요."
"어? 안 줘도 되는데... 고맙다."
그러시면서 방을 나가시려 해서 제가
아버지께 여쭸습니다.
"저기... 아버지... 보험금 받으신 건..."
"어? 그거? 마침 잘 됐다. 너 올라갈 준비는
다했지? 밖으로 나가자."
보험금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밖으로 나가시자는
아버지의 말에 저만 우선 아버지를 따라서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혹시 아내가 알까 봐 잠깐 집에 있으라고 하고,
아버지를 뒤따라 가니,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보이지? 저거!"
아버지 댁 옆쪽으로는 아버지께서 애용하시는
서재가 별도로 있었는데, 그곳은 서재로 쓰시고,
컴퓨터, 냉장고, 테이블, TV 등 모든 것들이
다 갖춰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방이었죠.
저희도 거기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장소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기 울타리 보이지. 저거 100만 원 줬다.
10만 원 깎아서 100만 원에 했고..."
서재로 사용하시는 그 별도의 사무실은 옆쪽 집과
마주하고 있었는데, 답답해서 벽을 전에 허물었는데,
보기가 별로 안 좋기도 하고, 자꾸 옆집이 물건을
그쪽 앞쪽으로 넘어서 쌓아놓기도 하셔서
아예 조립식 패널로 벽을 만드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안방 창문 보이냐? 새시는
괜찮았는데, 조금 시끄러울 때가 있어서
방음이 잘 되는 샷시로 바꿨다. 보온도
잘 되는 거 같아. 저거 100만 원 들었다."
안방 큰 창문을 이번에 메이커가 눈에 확
뜨이게 인쇄가 되어있는 새시로 바꾸셨습네다.
"그리고 니 엄마 치과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임플란트 하고, 부분틀니, 이번에 새 걸로
싹 바꿨다. 너희 엄마 아주 좋아해.
그거 300만 원. 아주 딱 맞게 썼어.
암튼 고맙다. 그렇게 맘 써줘서. 잘 썼다."
"예?. 예... 정말 알차게 잘 쓰셨네요."
아버지는 제게 보험료를 받았다고 전화를
하셨을 때 보낼까 말까... 하신 질문에
제가 아니요. 제가 나중에 뵈러 갈게요...
이 말을 돈 안 받겠다. 쓰셔라... 이렇게 이해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는 그게 아니라...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냥 조금 웃음이 나와서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려고 몰라서 못 받을 뻔했던 그 돈
받은 건가 보죠. 잘하셨어요. 아버지.
제가 더 못 드려서 죄송하죠. 잘하셨어요."
"어. 알차게 잘 썼어. 더 늦기 전에 얼른
출발해라. 어두워지면 위험해. 얼른~"
저희는 그렇게 인사를 드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고,
아무리 편해도 시집은 시집이죠. 아내도
이제야 긴장이 좀 풀어졌는지 뒷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아이도 그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운전을 하고 집으로 올라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보험금을 제가 나누거나 가지려 했던 게
마치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고,
왠지 모르게 창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죄송스러워서 왠지 이불 킥을 할 것 같았죠.
크다고 하면 큰돈이고, 누군가에게는 적을 수도
있는 금액이지만, 저는 그날 왠지 모를
제 작은 욕심에
조금은 부끄러운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서재 쪽 울타리와 안방 샷시,
그리고 어머니의 치과치료에 쓰셨다는 그 말씀을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환하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던
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게 생각을 바꿔 먹었습니다.
'오늘 500만 원짜리 효도했네."
네. 전 오늘 500만원짜리 효도를 했습니다.
비록 그 돈을 나눠 드리고, 캠핑용품이나, TV를
사려했던 제 작은 욕심이 있었지만, 그렇게
뜻깊게 알차게 잘 쓰신 아버지께 오히려 더
감사했습니다.
TV 좀 더 나중에 바꾸면 어떻습니까? 아직 멀쩡한데요.
캠핑용품 안사면 어떻습니까? 이제 지치기도 해요.
아내에게 그 200만 원 좀 안 주면 어떻습니까?
그냥 제 비상금으로 100만 원이라도 줘야겠네요.
실제로는 당시 주식이 좀 많이 폭망 해서
올라온 다음날이 일요일 이었데,
마트에 가서 계산할 때 제가 무심하게 30만 원을
쓰라고 주었습니다. 그냥 갑자기요.
지갑서 30만 원 주니 생각보다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생각보다 훨씬 더요.
아내에겐 30만원 줬지만 훨씬 더 큰 행복함을 줬고,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500만 원을 드렸지만,
그 값어치와 비교도 안 되는 큰 행복을 드렸습니다.
돈의 액수를 떠나서 제가 그 금액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게 쓴 게 과연 언제이고,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분명한 건 이번 일이 가장 그런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앞으로도 더욱더 오늘 같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후 거실에서 TV를 보는 아내가 방에 있던
제게 조금 큰소리로 말하더군요.
"자기야~TV 소리가 갑자기 안 나는데!. 나와봐~"
"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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