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나름 살면서 이런저런 일 다 겪어보고, 경험도 있는
중년 나이쯤 되면 일상에서 있는 일중에는
그리 신기하거나, 처음 보는 건 그리 많지는 않죠.
하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그것들 중 하나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이게 뭐야?"
저녁을 먹고 다른 때와 크게 다를 일 없는 저녁에
TV를 보기 위해 소파에 앉아서 테이블에 있는
TV 리모컨을 줍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평상시에는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제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비닐 안에 들어있던 건데
전 처음 보는 물건이기도 해서 리모컨 대신 그것을
집어 들고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야?"
전 아내에게 물었고, 물어보면서도 처음 보는
그 물건에 대해 자세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고무처럼 약간
말랑한 거 같기도 한 이 물건의 정체가 정말로
궁금해졌습니다.
포장지에 보통은 해당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용도 등이 쓰여있어야 하는데, 그 종이로 된 부분이
없고, 비닐 안에만 덩그러니 담겨 있어서 도대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거 눈에다가 쓰는 거야."
아내는 조금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저는 눈에다 쓴다는 말에 비닐 안에서 한 개를
빼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해봤는데, 도대체
눈에 어떻게 쓰는 건지 점점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이걸 눈에 어떻게 쓰는 건데... 좀 알려줘봐."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다가 제 쪽으로
아내가 왔습니다.
마침 그때 딸아이가 방에서 나왔는데, 아이에게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아빠가 이거 뭔지를 모르겠대... 이것도 모르나...
OO아 아빠 이거 눈에 붙이면 쌍꺼풀 생기는 건지
모르나봐..ㅋㅋ"
아내는 딸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웃더군요.
딸아이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잠깐 머뭇거리더니
진짜 모르냐고 오히려 저한테 뭐라 했습니다.
"아빠! 그거 나도 쓰는 거야! 그거 눈에 붙이면
하루 종일 눈에 쌍꺼풀이 생겨.ㅋㅋ"
저는 이 물건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아이의 말대로 모양은 눈 모양과 비슷한
웃는 눈 모양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손으로 붙이는 쪽이 어디인지 찾아보았습니다.
아무리 만져보고, 쳐다봐도 접착제 같은 부분은
없었고, 양면테이프나, 풀처럼 찐득거리는 부분도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을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붙여. 붙이는 곳이 없는 거
같은데?. 알려줘봐. 나 이거 처음 봐서 그래.
이걸 어떻게 붙이며, 그리고 어떤 원리도 쌍꺼풀이
생기는지 알려줘봐. 딸! 시범 보여줘."
전 딸아이에게 시범을 부탁했고, 아내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계속 키득키득 웃고 있었습니다.
"나 지금 바빠. 화장실에 가야 돼. 엄마더러
해달라고 해봐.ㅋㅋㅋ. "
"그래? 그럼 자기가 해줘 봐요. 우선 이거 어떻게
붙이는 거야? 도대체 접착부위가 없는 거 같은데..."
"에구. 정말 그것도 모르고!. 몰라 나 음식 좀
정리하고, 설거지도 해야 돼. 그냥 혼자 알아서 해봐~"
아내와 딸은 제게 방법이나, 시범을 보여주지 않고,
그냥 재밌다는 듯 그렇게 각자 일을 보면서
부엌과 화장실로 갔고, 아이는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안 알려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웃으면서요.
'도대체가... 괜히 이거 오기도 생기네...
내가 이거 혼자 알아낸다. 치이..."
저는 이리저리 이 무엇에 쓰는지 모를 물건을 가지고,
눈에 올려도 보고, 눈 위 살을 손으로 잡아당겨서
이걸 넣어도 보려고 하고, 암튼 여러 시도를 했지만,
도대체가 어떻게 붙이고, 어떤 원리로 쌍꺼풀이
생기는지 점점 더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리저리 저는 10분 가까이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해보며,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되지 않아
결국은 아내에게 다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좀 알려주세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요..."
"ㅎㅎㅎ 근데 왜 그렇게 그거에 열중해?"
"응?. 난생처음 보는 건데, 궁금하잖아.
이 나이에 뭔가 처음 보는 물건이라도 궁금하고,
항상 사용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고,
쌍꺼풀이 있는데, 왜 이걸 쓰는지도 궁금하고..."
아내는 설거지를 마치고, 방에 있던 아이를 불러서
거실 테이블로 와서 앉더군요.
"아빠가 이걸 여태 도전했는데, 못했대.
니가 알려줄래? 아님 엄마가 알려줄까?"
"아직도 못 알아냈어? 아빠?. 이거 쉬운데.ㅋㅋ"
"응. 도저히 모르겠어. 웃는 눈 모양만 같고,
이게 붙이는 곳도 없어.
그런데, 이거 우리 딸이 쓰는 거지? 엄마는
쌍꺼풀이 있으니까, 쓸 필요 없잖아."
그 순간 아이와 아내는 엄청난 아우라를 뿜으며
마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이 저를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차...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약하게, 그리고 아내는 제법 진하게
쌍꺼풀이 있는데, 아이는 아직 쌍꺼풀이 없다면서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빠 엄마가 조금씩이든 다 있는데,
너도 생길 거라고 위로(?)를 하지만, 가끔 생기는
쌍꺼풀을 정상적인 쌍꺼풀로 보고 있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아... 미안..."
아이는 화가 좀 났는지 방에 들어가더군요.
뭐. 제가 잘못 말을 했으니깐요...
아내는 저에게 그렇지 않아도 쌍꺼풀 때문에
스트레스 있는 아이에게 괜한 말을 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으로 저를 째려보았습니다.
"하여튼 눈치도 없어요... 삐졌으니 자기가 풀어줘."
"응...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거 나도 쓰는 거야. 매일."
"자기는 쌍꺼풀 있잖아. 근데 이걸 왜 써?"
"있어도 쓰고, 없어도 쓰는 거야."
"아니... 아까 이거 쌍꺼풀 만드는 거라고 했잖아.
붙이면 하루 종일 쌍꺼풀이 생긴다고... 아냐?"
전 사실 아까 아내가 하루 종일 쌍꺼풀이
생긴다는 것도 조금은 신기했지만,
아이가 지금 잘 때 끼우고 자면 다음날 눈이
좋아져서 안경을 안 써도 되는 '드림렌즈'를
착용하고 있어서 그런 원리인 게 있나 보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쌍꺼풀 없는
숙녀 아가씨가 혹여 남자친구랑 늦게까지
만나고 있다가 쌍꺼풀이 풀리면 재밌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잘 봐. 이거 하는 거 자기도 몇 번 봤을 건데?..."
아내는 작은 화장품에 필요한 것들이 담긴 박스 중
하나를 가지고 오더니, 테이블에 놓고 말했습니다.
"자. 이거~. 여기에 끼우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꾸우우욱 눌러주면... 짜 짠.... 봤지?"
"....????"
아내는 딸아이를 부르면서 깔깔대며 웃더군요.
아이도 금세 엄마의 웃음소리와 제가 속아서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방문을 열고 나와서
아내와 함께 키득대면서 웃었습니다.
그 제품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명칭은 '속눈썹 뷰러' 또는 '뷰러'라고 하는
눈썹을 눌러써 올라가게 해주는 미용기 구입니다.
아내가 이걸로 눈을 약간 무섭게 뜨면서
가위처럼 생긴 저 부분을 잡아서 누르는 것을
보고 제가 예전에 아프지 않냐고 물어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 뷰러에 끼우는 누름 고무 리필이
정체였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말입니다...
뷰러는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아내가 하는 걸
몇 번 봤기 때문에 알지만, 뷰러에 끼우는
저 리필용 고무를 아는 남자 이 스님들이
과연 있을까요? ㅎㅎㅎ
그날 제가 그 일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살아온 경험 등으로 그것이 무엇이고,
무슨 용도이고,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 학생인 딸도 알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이 뷰러 리필 고무와 같은 것 하나에
무지한 저를 보며,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며, 더 새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들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또는 무엇인가에 정말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들이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아내와 딸과 함께 날씨가 좋은 주말에
잠깐 한강공원에 가서 오랜만에 야외에서
햇볕도 쬐고, 바람도 쐬고 오자 해서 다녀왔는데,
주차를 하자마자 제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잠깐 차에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 제가 한강공원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화장실에서 차로
걸어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차 앞 유리물 나오면서 닦는 거 어떻게 하는 거야?
지금 차 유리 앞에 벌레 큰 거 붙었는데,
도망가게 하려고... 으으으 싫다."
순간 저는 뷰러 리필 고무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응?. 그래? 그러면 차 가운데 버튼들 많지?
거기서 모양이 야구장 모양처럼 된 버튼 있어.
그거 누르면 앞 유리에서 물 나오는 곳에서
그 벌레를 자동으로 맞춰서 쫓아낼 거야.
그 기능이 요즘은 다 있어. 해봐."
"어? 벌레를 쫓아내는 기능이 있다고?
진짜? 그래?... 좋네... 잠깐만...
가운데 어디? 아래?"
" 에어컨 누르는 버튼 뭐 그쪽에 야구장 모양이고,
프론트라고 영어로 쓰여있을 거야... 그거 누르면 돼.
그럼 바로 벌레 자동으로 맞춰서 쫓아낼 거야.
찾았어? 버튼?"
"어... 잠깐만. 어! 여깄다. 프런트에 야구장 모양
근데, 화살표도 있는데? 맞아?
"어? 화살표... 어! 맞아. 그 화살표가 화살표대로
그 벌레를 자동으로 맞춘다는 거거든. 그거 눌러!"
"어~ 눌렀어... 근데... 아무것도 안 하는데?...
잠깐만, 에어컨 바람이..."
"ㅋㅋㅋ. 나 차에 다 왔어."
저는 주위에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서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는 벌레를 걷어내고
차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튼 채로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야... 고장 난 거야? 왜 안돼?"
"차가 가제트니?... 세상에 그런 기능이 어딨어.ㅋㅋ"
"뭐?... 어쩐지... 좀 그렇더라... 자동으로 뭐?.. 이그."
제 포스팅 중에 '아빠 면허증은 내가 딸께!'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링크 걸어 놓겠습니다.
저희 아내는 면허증이 없습니다.
아직도 에어컨도 혼자 못 킵니다. 아예 관심이...
암튼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을 몰라서
정말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생각하게 했네요.
사소한 물건이나, 그 어떤 것이라도 보시고
놀라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세상은 정말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들이 참 많은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흥미롭고, 재밌고, 처음 보는 것들과
난생처음인 것들을 계속 알아갈 수 있도록
건강도 챙기고, 열심히 살아서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겠습니다.
아 참! 진짜 뷰러 리필 고무 아시는 남자분들
있으신가요? 중년 아재들 물론 포함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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