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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부모님 병원에 오시는 날(하편)

by 40대 아재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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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하편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어디로 가냐?.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

"예. 아버지 여기서 차로 10분 정도면 됩니다.

금방 가요."

 

검사를 마치고 나오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상시 같으면 식사를 2끼를 하시고도 지난 시간에

아침 일찍 기차를 타시고, 검사까지 하신 상태라

조금은 지치신 기색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셔서 식사하시고 좀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은 서둘러서 예약해 놓은

가게로 차를 몰았습니다.

 

"다 왔습니다. 제가 문 열어 드릴게요."

 

가게에 도착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드린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시죠?"

"네. 안녕하세요. 예약했습니다."

"성함이.... 네... 저쪽 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친절한 직원의 안내로 저희는 예약된 방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기본적인 반찬은 다 세팅이 되어 있었고,

추가적인 반찬 등이 이어서 들어왔습니다.

 

"여기 소고기 집이네.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뭐 하러 비싼데 왔어. 그냥 돼지갈비나 먹지."

 

 

고기랑 고기랑 고기 주세요.

 

아버지는 천천히 메뉴판을 보시더니,

조금은 비싼 가격에 이렇게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오는 소고기 전문점인데,

가격은 좀 자주 먹기는 부담스러운 가게였죠.

하지만, 식사도 거르시고, 힘들게 서울까지

그것도 병원 검사에 지치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이 정도야... 하면서 기분 좋게 예약을 했습니다.

 

"아버지. 여기 고기 맛있어요. 어머니도 고기

잘 드신다고 하셨고, 여기가 이 동네에선 좀 유명해요.

맘껏 드세요."

"응. 그런데 너 여기 자주 오냐?"

"예? 아니요. 자주는 아니고, 한두 달에 한 번쯤 와요.

일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고, 식구들하고 올 때도

있고요. 가끔요. 근데 왜요?"

 

전 메뉴판을 보시고, 내려놓으시는 아버지를

보고 여쭸습니다.

 

"아니다. 아비가 사주려고 했는데, 니가 사~"

"예?.여기까지 오셨는데, 제가 사야지요.

왜 아버지가 사세요.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어. 니가 사!"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다 아는 맛이죠.ㅎㅎㅎ

 

곧이어 숯불과 고기 등이 연속해서 들어왔고,

부위별로 하나씩 직원이 설명을 해주고

나가자 저는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봐도 정말 끝내주게 좋은 맛있게 보이는

한우가 얼른 구워 먹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고기를 구워서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릇에

놔 드리고, 다시 고기를 올렸습니다.

 

"드셔보세요. 그냥 다른 거 찍지 마시고,

고기만 드셔보세요.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어. 당신도 얼른 먹어."

 

아버지는 옆에 계신 어머니도 챙기시면서

그렇게 고기를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소고기이기 때문에 그리 오래 굽지 않아도 되니,

굽는 즉시 바로바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생각보다 잘 드시는 부모님 모습에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이 드세요. 그런데 아버지 병원 결과는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오늘 검사한 결과 보시러

오셔야 하잖아요."

"어. 잠깐만... 어디 보자... 다음 주 목요일이네.

시간은... 오전 11시네. 맞춰서 기차표 좀 있다가

끊어야겠다. 아비는 휴대폰으로 다 한다. 그거."

"ㅎㅎ 그럼요. 아버지. 아버지가 저보다 더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얼른 드세요."

 

그런데 고기를 굽는 도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고기를 굽는 속도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드시는 속도가 더 빠르신 것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굽고 있었고, 소고기 특성상

조금만 익혀도 되기는 고기인데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속도를 이미 따라잡고 계셨던 거였습니다.

 

전 분발했습니다.

 

"너도 좀 먹으면서 구워. 고기 맛있네."

"네. 얼른 드세요. 저도 먹을게요. 얼른 드세요."

 

그렇게 말씀은 드렸지만, 구워드린 고기를

벌써 다 드시고, 젓가락을 드신 채 굽고 있는 고기에

시선을 두시고 있는 부모님을 보니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구워야 했습니다.

고기는 조금 여유 있게 4인분으로 시켰는데,

이 상황이라면 모자랄 듯했습니다.

 

"띵동! 띵동~~"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 네... 여기 2인분만 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는 중간에 떨어져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려고

먼저 추가로 주문을 했습니다.

 

이 말은 부모 자식 간이나, 가족끼리는 예외입니다.

 

"그나저나 아버지와 어머니 정말 잘 드시네요.

양도 좀 느신 거 같고... 많이 드세요~"

"어. 원래 그렇게 잘 안 먹었는데, 너네 엄마가

고기고기하길래 같이 매일 먹다 보니 그런가

꽤 많이 먹는 거 같아. 그리고 소고기는 뭐 1인분

해도 그렇게 많지가 않잖아."

"너도 얼른 먹어. 고기 아빠더러 구우라 그러고.

당신이 구워요. 이제 쟤 좀 먹게!"

 

어머니는 제가 고기를 거의 못 먹고 굽기만 하니

아버지에게 고기를 구우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버지의 어깨를 살짝 때리셨습니다.

 

"괜찮아요. 엄마. 얼른 아버지랑 많이 드세요."

 

이어 추가로 주문한 고기가 나왔고, 저는 그렇게

계속 고기를 굽고, 접시에 놔드리고 하던 중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잠깐만 회사에서 전화 왔는데요. 고기 좀

구워주세요. 전 괜찮으니 드실 수 있는 만큼 드세요."

"급한 일 아니면 밥 먹고 받지."

"네. 잠깐만 통화하고 올게요."

 

저는 조금은 예상했던 회사 상황이 있어서

조금 시끄러운 가게 밖으로 나가서

전화 통화를 하였습니다.

고객사 관련 일로 조금 통화가 길어졌고, 그렇게

한참을 통화를 한 후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아이 참... 생각보다 통화가 길어졌네요."

 

저는 죄송해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고기와 다른

음식들을 보며 순간 울컥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받는다고 나간 이후로는 식사를 전혀

하지 않으신 거였습니다.

고기도 그대로 있고, 굽지 않은 추가로 시킨 고기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진짜 울컥요...
.

 

"아니... 왜 안 드시고 계셨어요? 드시죠... 참..."

"너네 엄마가 너 오면 먹자고 해서, 그리고 이제

조금씩 배불러. 이제 아비가 구워줄 테니 너 먹어라."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구울께요. 더 드세요.

죄송해요. 괜히 전화를 받아서..."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때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나온 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들킬 뻔했습니다. 전 그 상황을 넘기려고

제가 안 구워 드려서 안 드셨구나... 농담을 하며,

고기를 구워서 부모님께 드리고, 저도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배부르게 부모님과 고기를 먹고

잠시 병원 이야기를 하다가 기차 시간이 되어서

천천히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먼저 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계산은 다 하셨어요. 저기 어르신께서요."

"예? 무슨..."

"좀 전에 얼마냐고 계산서 달라고 하셔서

말씀드렸더니, 계산 다 하셨어요."

"아버지... 제가 맘 안 편하게 왜 계산하셨어요... 참.."

"아비하고 너네 엄마가 너보다 많이 먹었어.

그니까 됐어. 얼른 가자!"

 

그랬습니다. 제가 회사일로 전화를 받고 있을 때

저 올 때까지 고기도 안 드시고 기다리시다가,

계산까지 모두 하신 거였습니다.

 

사실은 속상했습니다.ㅜㅜ

 

"기차가 O 씨죠... 그럼 아버지. 엄마하고 좋아하시는

달짝지근한 커피 드시겠어요?. 이건 제가 살게요."

"아니!. 됐다. 담에 비싼 고기 니가 사.

커피로 쌤쌤 하려고 하지 말고.ㅎㅎ"

"ㅎㅎ 아버지는 참. 커피도 사고, 다음에 비싸고

맛있는 고기도 제가 살게요. 가시죠 그럼."

 

기차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커피전문점에 가서

달짝지근한 캐러멜 마키아토 2잔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가서 기차역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차를 몰았습니다.

도착 후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냥 바로 가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기차 타시는 모습까지만 보고 가겠다고 하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30분 남은 거죠?"

"어. 30분 정도 남았네."

"ㅎㅎ. 저기 아기 봐요. 우리 애들도

저만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에 구 이뻐라..."

 

어머니가 기차역에서 3살 언저리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기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너 똥 싸고 바지 밑단에 넣고 다닌 거 기억나냐?"

"예? 제가요? 설마요..."

"너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치 당신이 말해봐."

 

저 화살표에 응가를 담아서 다녔다는...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여쭈시며 웃으셨습니다.

 

"너 꽤 그랬어. 너네 형 따라다니다가. 똥 마렵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잠깐 서서 힘주고...

엄마가 오라고 해도 형만 쫓아다녀야 하니까

오지도 않고 거기서 그냥 싸서 너 발목 근처에

밴드로 된 바지에 항상 똥 들어가 있어서

얼마나 애먹었는데.ㅎㅎ."

"예???진짜요. 처음 듣는 말인데? 제가 진짜요?"

"그럼!. 너 암튼 자주 그랬어."

"애들 저만할 때가 젤 이쁜데... 엊그제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꼬마 아이와 저를 한 번씩

번갈아 보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애들 키울 때가 좋은 거야. 힘은 들어도.

그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야. 너도 열심히 해."

"예. 아버지. 어머니 그럴게요."

"기차 타러 가야겠다. 얼른 가라."

 

아버지는 10분 정도 남은 시간이지만,

기차에 타고 있어야 한다며 자리를 일어나셨습니다.

 

"조심해서 내려가시고요. 도착시간 맞춰서

전화드릴게요. 오늘 애쓰셨어요."

"오냐. 얼른 들어가라. 너도 수고했다.

그리고 담에 니가 사라 소고기."

"이 사람이 참... 얼른 들어가 내 새끼. 수고했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플랫폼으로 내려가셨고,

저는 뒷모습을 보면서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오늘은 참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그리고 여러 생각도 든 날이네요.

어느덧 노인이 되어버린 부모님과 병원에 가서

젊었을 적 건강보험에 내는 돈을 아까워했던

기억도 했고, 왜 이리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한 생각도 했고, 정말 기적의 치료제가 나와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고, 오랜만에 부모님과 식사도 하고,

잠깐이었지만, 어릴 적 볼일을 보고 바지에 넣고 다닌

제 모습도 듣도 상상했습니다.

 

병원에 오신 부모님.

아무래도 시간이 더 흐르면 더 자주 오시겠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그래야겠습니다.

병원은 병원이고, 부모님 자식인 저와 있을 때에는

맛있는 거 드시고, 즐거운 추억 이야기하면서

그 시간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어서 병원에 오셨다는

그 생각이 나지 않으시게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다른 불편한 곳이 없으신지...

또는 이제 추워지는 계절의 변화에

부모님께 전화 한통 어떠신가요.

물론 어릴 적 부모님이 기억하시는 제 모습을

여쭤보고, 그 추억을 말씀하시는 부모님 목소리나

표정을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분명한 건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말씀하실 겁니다.

무조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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