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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부모님 취미를 아시나요?

by 40대 아재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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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제 포스팅 글 중 '중년의 취미'라는 포스팅을 전에 

한 적은 있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저희 부모님의 취미는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제가 국민학교와 고등학교쯤

있었던 저희 아버지 취미로 인한

재밌는 추억,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편하게 글로 써 보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옥상도 다 찼어! 이걸 왜 또 사 와!"

고등학교 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막 들어오는데,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대문 바로 앞까지

들렸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현관문 앞에서 잠시 귀를 기울였습니다.

당시 단독주택이라 밖에 대문이 있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에 들어가는

또 문이 있습니다.

"어허... 이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그만 산다며, 현관문 앞, 옥상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옥상까지 꽉 차있는데,

그만 사기로 했으면, 그만 사야지. 또사와?"

 

화가 단단히 나신...

 

저는 그 이야기만 들어도 무슨 일 때문에

어머니가 그러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취미 중 하나인 '분재'였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우연히 분재를 접하시고,

그날 이후 하나씩, 하나씩 그 수가 늘어나더니,

지금은 잘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 보면

분재 파는 곳이라고 착각할 만큼

많은 분재가 있었습니다.

현관 입구는 물론이고, 저와 저희 형이 쓰고 

있는 2층 올라가는 계단과, 옥상은 거의 

압권입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현장일을 하시는 아저씨 2~3분과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보통 그 시간에는 아버지는 회사나 현장에 

계시는데, 집에 계셔서 일찍 오셨나 보다...

했는데, 아버지가 현장에서 몇 분을 빼서

옥상 계단 올라가자마자 저희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으로 쭈욱 꽤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무언가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건 다름 아닌 분재를 키우시기 위한 '분재실'

을 아예 만드시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설계도 당시 하셨기 때문에 이런 건

벌써 설계를 다 하셔서 일하시는 분께

며칠 전부터 지시를 하신 후 오늘부터 시작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급한 성격 관련한 포스팅 한 글은

'하이패스 없는 아버지 벤츠'를 보시면 이해가 되십니다.

이후 3일 정도 걸린 분재실은 저희 방보다 컸죠.

 

분명한건 이곳보다 더 크고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 그 분재실 사진이 없는 게 너무 아쉽네요.

처음엔 어머니도 식물 키우시는 걸 좋아하시고,

집 앞 뒷산 앞쪽도 일부 밭을 사셔서 소일거리로

배추도 심고, 무, 깻잎, 대파, 이런 건 손수

키워서 드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저희 어머니가 아시는 지인분이 집에 놀러 오셨는데,

분재들을 보더니, 굉장히 비싼 것들이 많다고

하시면서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분재가 당시 몇천 원, 비싸야 몇만 원이라고

말씀을 하시고, 아버지의 취미를 즐기고 계셨죠.

그걸 아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 분재에 대한

가격을 여쭤보시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끝까지 그 가격을 몇천 원, 몇만 원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침 어머니의 작은아버지, 즉 저에게는 

작은 외할아버지가 근처에서 슈퍼를 하고 계셨는데,

분재 쪽은 굉장히 잘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작은 외할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와서

그 많은 분재를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작은아버지. 이거. 이거... 그리고 저것들 보통 

얼마씩 해요?. 진짜로?"

"어... 어디 보자... 이건 OO이고... 이건.. OO이고..

이건!!!... 이건 좀 나가는 건데?... 그리고 이것도...

뭐야!. 이 비싼걸 왜 이런 계단에다 놓은 거야?"

 

너 비싼애 였니?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몇천 원, 몇만 원이 아닌

싸도 몇십만 원, 비싸면 몇백만 원짜리 분재를 

가격을 다운시켜서 그렇게 취미를 즐기고 

계셨던 겁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현관문 앞에서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를

들은 것이 작은 외할아버지가

들렸다 가신 날이었습니다.

"내가 작은아버지에게 다 물어봤어요. 이건 얼마고,

이건 얼마고.... 뭐? 몇천 원? 몇백만 원짜리는 

도대체 뭔데... 내가 몇만 원도 사실 비싸서 

그만하라고 하려다, 당신 스트레스 풀리고 좋아하니,

그나마 말을 안 한 건데. 몇십? 몇백? 당장 다 팔아요!"

"아... 진짜. 당신 작은아버지가 그러셨다고? 

잘 모르네. 진짜... 나하고 내일 가봐 그럼 같이

내가 맞나 안 맞나 보자고!"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에 

어머니는 내일 옆동네에서 슈퍼를 하시는 

작은 외할아버지를 찾아뵙기로 하고 우선

그날은 거기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슈퍼가 다 이랬죠.그래도 있을껀 다 있었다는.ㅋ

 

다음날은 일요일인데, 마침 비도 오고 할 일도 없고 해서

저도 오랜만에 작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뵈고 오려

같이 따라나섰습니다. 물론 여동생도 같이 갔습니다.

이유는 하나. 슈퍼마켓을 하시니깐요.

다음날.

"계세요? 저희 왔습니다. 에고, 작은어머님 계셨네요?"

아버지가 작은 외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하시고,

계산을 하는 곳 뒤쪽으로 방이 있었는데, 거기서

작은 외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저희를 반겼습니다.

"어. 들어와. 애들도 왔네. 너희들은 거기서 먹고 

싶은 거 집어서 먹고 있고~허허."

여동생이 신나서 과자를 하나 집고, 전 음료수 하나를

집어서 마시면서 방에서 말씀하시는 말이 잘 들리는

문 앞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먼저 어머니가 작은 외할아버지께 여쭸습니다.

"어제 작은아버지. 제게 말씀하신 거 이 사람에게도

그대로 말씀해주세요. 내가 분통이 나서 에휴..."

"응? 분재? 그거 말인 거지?... 내가 집에 와서 보니까

사실은 가짜야 가짜."

"예? 가짜라니요?"

어머니는 어제 말씀과는 다른 말에 다시 여쭸습니다.

"응. 그게 사실 내가 요즘 눈이 좀 어두워져서

만져보고 그랬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진짜는 그렇게 안 생기고, 진짜 비싼 건 그 색깔도 

안 나오고, 그 한쪽이 그렇게 나오면 안 되고..."

작은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께 어제와 다른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어제 말씀하신 건 아니에요? 비싼 거?

그럼 저희 집에 어제 보신 건 얼마쯤 하는 건데요?"

그때 아버지가 중간에 말씀을 하셨습니다.

"거봐 이 사람아. 내가 뭐랬어. 내가 그렇게 비싼걸

어떻게 사나.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당신 말대로라면, 집에 있는 게 몇천만 원은

되겠네... 사람 말을 못 믿고. 참...

됐지?. 이제 그만해."

아버지는 어머니께 억울하듯이 말씀을 하시고,

어머니는 작은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믿고 그렇게

이 사건이 마무리가 되나 싶었는데...

작은외할아버지의 슈퍼는 저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고, 작은 외할아버지 댁은

그 반대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그해 추석에 선물을 가지고 작은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안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드리고, 외삼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이거 당신이 드린 거야? 이거 집에 있던 거

어딨냐고 물어봤었잖아. 내가. 이것도 여깄네.

작은아버지께 당신이 드린 거가 이거야?"

작은 외할아버지 댁은 작은 마당이 있는데,

거기에 나무로 짜서 비닐을 튼튼하게 해서 

마치 저희 옥상에 있는 분재 실과 정말 똑같은 

모양으로 축소판으로 1/3 정도 되는 분재실이

있었고, 거기에는 저희 집에서 보던 분재 몇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분재실도 아버지가

인부들을 시켜서 만들어 주신 거라 하셨습니다.

"어?... 어... 좋아하시잖아. 작은아버지께서.

맞아. 그거 집에 있던 거 내가 드린 거야 몇 개."

작은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 순간 잠깐 당황하는

표정으로 계셨습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고, 나중에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셔서

알게 된 건데, 그 분재 중 하나는 당시 가격이

200만 원이 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분재를 또 사 오신 그날

통화를 하셔서 작은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딜을 

하셨던 겁니다. 이건 지금도 비밀입니다.

 

급박한 사전 협상이 성사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또 사 오신 분재는 제가 정확히 기억을

합니다만, 소나무 분재였는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아주 뿌듯하게 웃으시며, 옥상 분재실에서 제게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이건 400만 원짜리다.ㅎㅎㅎㅎ 이쁘다... 이뻐..

엄마한테 말하면 10년간 용돈 없다."

 

사나이의 약속이죠. 걱정마세요!

 

그 수많은 분재는 몇 년간 저희 집을 가득 채웠고,

저와 형이 살던 2층 현관문을 열면 바로 분재실

이였기 때문에 원 없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분재를 보면서 컸습니다.

이제 보니 그 분재들 다 어딨지?

(작년에 부모님 댁이 신규 아파트 부지로 인해

팔리고, 허물어졌습니다. 맘이...ㅜㅜ.)

담에 꼭 아버지에게만 여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취미인 사냥편 입니다.

분재를 키우신 때보다 훨씬 더 오래전 일인데,

형은 중학생이고, 제가 국딩일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분재와 더불어 취미가 하나 더 있으셨습니다.

그건 바로 사냥이셨죠.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합법적으로 사냥철에만 경찰서에 보관해놓은 공기총을

가지고, 지정된 조류나 동물만 잡을 수 있는 시기가 

있었죠. 저희 아버지도 그 사냥총을 가지고 특히

꿩을 많이 잡아 오시던 게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형과 저에게 사냥을 갈 건데

따라오라고 하신 날이 있었습니다.

형과 저희는 신이 나서 아버지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설레는 마음을 잡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게 작년에 안 써서... 한번 쏴봐야 하나..."

아버지는 해마다 사냥을 하셨는데, 전해에는

바쁘신 일정으로 못하셔서 2년 만에 공기총을 

맡겨놓으신 경찰서에서 찾아오신 후 정비는 

하셨지만, 왠지 불안하신지

그렇게 혼잣말을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빠! 그거 총 안 쏴지는 거야? 그럼 안되잖아?"

전 아버지께 이렇게 말을 하니 아버지께서는

"작년에 안 쏴봐서. 나가서 테스트는 해봐야겠네."

 

마땅한 사진이...

 

너희들은 엄마가 김밥 싸놓은 거랑 보온병에

된장국 넣어놓은 거 식탁에 있어. 그거 가져와서

차에 타 있어."

아버지와 형, 그리고 저는 아버지와 함께

그렇게 처음 가보는 사냥에 설레면서

한 시간 남짓 사냥이 허락된 구역으로 차를

몰아 도착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근처에 아주 큰 콘크리트 하수관이

있는 걸 보고 거기에 테스트를 해보시겠다며

조준을 하고, 저희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하시며 총을 테스트하셨습니다.

"탕!...."

저와 형은 총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어서

한발 더 소리가 났습니다.

"탕!!"

두발을 쏘신 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잘 되는구먼. 비싼 게 제값 하는구먼.. 됐다!

형과 저는 신기하듯이 아버지를 보며

"아빠! 저기 총 맞은데 한번 보고 오면 안 돼?"

"어? 어. 보고와."

형과 저는 그 총알이 맞은 콘크리트 하수관으로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뚫리진 않았지만, 50원짜리 동전만 하게 

콘크리트가 깨져 있었고, 그걸 보며 저와 형은

"우와~~~ 우와~~~ 여기 깨졌네... 우와 총 세다..."

하며 있을 때였습니다.

"너희들 이쪽으로 와!"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쌀쌀한 날씨에

저희들이 추울까 봐 될 수 있음 차로 최대한 

깊이 들어가셨고, 저희는 아버지가 사냥을 하시는 

동안에는 될 수 있음 차에서 쳐다보는 걸로

아버지께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고 있었죠.

"푸 다다다닥....!!!!"

"탕!. 탕!..."

그때 한 마리 꿩이 풀 속에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한쪽에서 꿩에게 총을 

쏘셨는데, 아깝게 날아간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차로 오시면서 저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영점이 안 맞나?... 맞았어야 하는데.. 쳇."

아쉬워하시는 아버지께 저희는 물었습니다.

"영점? 그게 뭔데?. 왜 도망갔어? 맞았어?"

"아니. 그런 게 있어. 너희들은 이건 몰라도 돼."

아버지는 다시 다른 쪽으로 조심조심하시면서 

걸어가셔서 혹시 있을 꿩을 사냥하기 위해

차와 떨어져서 꽤 멀리 걸어가셨습니다.

"푸 다다다닥...!!!"

"탕!!. 탕!!..."

조금 멀리서 보이는 아버지가 다시 총을 만지시는 게

보였고, 다시 조금 있다가 총소리가 또 들렸습니다.

"탕!!. 탕!!"

"푸 다다다닥...!!"

저희들 눈에는 갈색과 청색이 섞인듯한 색깔의

꽤 큰 새가 하늘로 멀리 날아가고 있는 게 보이고,

아버지는 다시 차 방향으로 걸어오시는 게 

보였습니다. 저희는 창문을 열고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차 근처로 오시자 다시 여쭸습니다.

"아빠!. 영점 그거 때문에 그래?"

"..."

"아빠!. 꿩이 맞았는데 도망간 거야? 그런 거야?"

"아니야. 안 맞았어.. 오늘따라 왜 이리 안 맞는 거야 이거..."

 

오늘따라 왜 안맞아!, 마땅한 그림이...

 

아버지는 처음 사냥에 데리고 나온 형과 저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고,

한방에 한 마리씩의 모습으로 멋진 아빠의 

사냥실력을 보여주고 싶으셨을 겁니다.

저희는 그걸 알리가 없었죠.

"아빠!. 밥 먹고 하자. 배고파!"

"우선 니들끼리 차에서 먹고 있어. 아빠 저쪽에 다녀올 테니

너희는 차에서 밥 먹고 있어. 알았지?"

아버지는 다시 한번 아버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꼭 잡겠단 신념으로 이번엔 꽤 멀리까지 걸어서 꿩을

잡기 위해 수풀 속으로 들어가셨죠.

저와 형은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과 보온병에 들어있는

따뜻한 된장국을 나눠먹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 영점이 뭐야? 시험 점수 빵점 그런 건가?

총이 빵점이라는 건가?"

"몰라. 총이 맞추는 대로 안 나가는 거 같은데...

밥이나 먹어. 그리고 너 아버지한테 자꾸 왜 

꿩 안 맞냐고 여쭤보지 마. 아버지 성격 알면서 그러냐?"

형은 저에게 오늘 꿩을 못 잡으면 집에 못 들어갈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주며, 제게 말했습니다.

어린 국딩이라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한 거죠.

이대로라면 집에 못 갈게 뻔했습니다.

 

집에가고싶어요!

 

"아버지 혹시라도 오시면 꿩 말고 다른 거라도 잡자고

해봐. 꿩 말고, 뭐. 참새... 까치... 뭐 그런 거.. 아니

그게 더 작아서 잡기 힘드나?... 암튼 꿩 아니어도 된다고

네가 말씀드려. 아니면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 알았어?"

"어. 형. 알았어."

20분 정도가 지나고, 아버지가 저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멀리서 보였습니다.

멀리서 들리던 총소리를 생각하면 5마리는 잡았어야 할

소리지만, 아버지의 손에는 사냥총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보였습니다.

"큰일 났다..."

 

큰일이다...집엔 다갔다...

 

형이 나지막이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는 총을 차 밖 타이어에 걸쳐 놓으시고

차 안으로 들어오셔서 김밥과 된장국을 아무 말 없이

드셨습니다. 폭풍전야입니다.

"장소를 옮겨야겠다. 이곳은 오늘 아니야.

출발할 거니까, 먹은 거 치우고, 똑바로 앉아있어."

아버지의 눈빛은 어느새 불꽃처럼 꿩을 잡아야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20여분을 더 달려 훨씬 더 숲이 우거진 곳에 도착하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차에 시동이 걸려 있어

예민한 꿩들이 알아챈 거 같다면서 이번엔

형과 저를 데리고 같이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시동소리가 꿩을 쫓은 거라 생각을... 생각을...

저와 형은 아버지의 뒤를 한 1~2m 정도 뒤에서

아버지가 가는 대로 그렇게 10여분을 조용조용

따라다녔습니다. 그때!

"귀 막고, 거기 앉아 있어. 저기 까투리 보이니까.

거기 거기... 어. 거기 앉아 있어. 귀 꽉 막고."

저희도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근데 꿩이 아니라

까투리였습니다. 좀 더 예민한 꿩과라고 하더군요.

조금 더 작고, 갈색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온몸의 신경을 집중해서 조준을 하고,

그렇게 까투리에 집중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희도 같이 숨 막히는 그 시간이

마치 길게 느껴졌습니다.

"탕!!..."

짧게 한 발의 총성이 들렸고, 카투리가 멀리

도망가 버리는 게 저희 눈에 보였습니다.

큰일이었습니다...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젠 집에 가기 틀렸습니다. 아버지의 성격상

이건 잡아야 집에 가기 때문이죠. 하...

그런데 아버지가 일어나시더니,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집에 가자!. 오늘은 영~날이 아니다.

차로 가자."

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날씨도 제법 이제 어두워졌고, 해가 짧은

겨울이라 더욱더 그랬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꿩 사냥을 가시면

보통 2~3마리는 꼭 잡아오셔서 어머니가

요리를 해서 저희들이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가 2년 만에

나오시고, 아들 둘과 처음 나온 사냥에서

한 마리도 못 잡으셔서 아버지 성격상은 날을 새도

잡아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그날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가자고 말씀을 하셔서 저희도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로 집에 가는 동안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사냥꾼을 보기전에는요...

차로 5분쯤 가다 보니, 길가에 차가 몇 대 세워져

있었고, 그쪽도 사냥을 나왔는지, 트렁크가 

열려 있었는데, 몇몇 아저씨들이 잡은 꿩을

들고, 담고, 싣는 모습이 아버지와 저희들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와 형은 순간 아버지를 룸미러를 통해

쳐다봤는데...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한번 더한다."

 

한번 더 도전한다...

 

"예? 아버지 많이 어두워지는 거 같은데요."

형이 이렇게 말했지만, 소용없는 건 형도 

잘 알고 있었기에, 금방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버지가 잡은 결과를 공개합니다.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근데 꿩도 아니고,

까투리도 아닌, 바로 까치였습니다.

원래는 꿩 종류만 잡으시는데, 그날은 까치를

잡으신 거죠. 

"웬만하면 꿩만 잡는데... 암튼."

저희는 아버지가 잡으신 까치를 보고

저희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처럼 아버지께

아버지 최고를 외치면서 아버지의 자존심을

힘껏 올려드렸습니다. 아들들에게 좀 그랬던

그 마음이 완전히 없어지게 말입니다.

형이 사전에 까치를 잡기 전에

제게 한말이 있습니다.

"야! 아버지가 저거 잡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액션으로 아버지 최고라고 해야 한다. 알았지?'

"어. 형!. 알았어. 꼭 잡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아버지는 꿩을 못 잡으신 아쉬움은 잠시

사라지고, 그나마 아들들 앞에서 사냥에 

성공한 것으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만족하시면서 저희는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잡은 까치를 어머니께

보여드리며, 저희는 아빠 진짜 사냥 잘해!.

 

아빠. 최고에요~

 

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면서 훈훈한 마무리를

하였죠.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흔하디 흔한 까치를 왜 잡아... 꿩을 잡던가..."

"엄마!!!."

 

오늘 아버지의 취미셨던 분재와 사냥에 있었던

예전 추억을 말씀드렸는데요.

정작 우리 자신의 취미를 위해 무언가를 투자하고,

노력하고, 시간을 들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금 저희 나이 때쯤 혹은 지금의 저희 나이보다

더 어린 나이셨던 부모님의 취미에는 정작

물어보지도, 생각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죠.

혹시 지금도 부모님은 그때의 그 취미를 하고 싶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에 부모님을 뵐 때 여쭤봐야겠네요.

그 비싼 분재는 어디....?

그리고 아직 그 사냥총은 경찰서에 있나요?...

그러면 아마도 분재나, 사냥은 더 이상 하실 수 

있는 상황이 되지는 못해도 분재와 사냥을 하시던

부모님의 추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한번 여쭤보고, 부모님의 추억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을 한번 만들어야겠습니다.

부모님이 웃으시며, 추억 이야기에 행복해하신다면,

그만한 것도 없지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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