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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채변봉투와 오징어게임

by 40대 아재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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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주말에 딸아이와 TV를 보다가

있었던 일을 포스팅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아빠~우리 TV 방송 보는 거 바꾸면 안 돼?"

"응? 왜? 왜 바꿔 그걸?"

"지나도 한참 지난 오징어 게임도 못 보고,

지금 보는 TV 방송은 별로 볼 것도 없고...

바꾸자 우리... 응?""

 

약정이 아직도 1년 반이나 더 남은 인터넷과

방송을 지금 바꾸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요즘 들어 TV 프로그램에 좀 더 집중을 하는

아이에게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약금은 네가 낼래? 아직 좀 남았어.

그리고! 너 곧 시험기간 아냐?"

"맞긴 하는데, 가끔 보잖아~... 엄마!

엄마도 볼게 없다고 했잖아~말 좀 해줘~"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딸아이는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채널이 별로 볼 게 없긴 해... 그렇다고~"

아내도 종종 했던 말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약정도 남았고, 더군다나 휴대폰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할인이나, 기타 등

갑자기 통신사와 TV 방송 관련하여

바꾸기는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자 봐봐. 왜 볼게 없어! 내가 틀면서

하나씩 설명해줄게~"

 

설명 안해도 더 잘알아...

 

전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시작 채널부터 하나씩 올리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자. 여긴 채널 전체를 한 번에 설명하는 곳이고,

음. 여긴 여당 쪽에 가까운 뉴스 채널이고,

음. 여긴 야당 쪽에 가까운 뉴스 채널이고..."

"아! 싫어 그게 뭔데..."

딸아이가 싫은 기색을 보여도 저는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여긴 시골을 언제든 볼 수 있는 채널이고,

여기는... 어?... 요거... 이거 보자 잠깐만..."

그렇게 채널을 틀다가 반가운 화면이 제 눈이

들어왔습니다.

"어! 저거... 저거 채변봉투인데?... 와...

진짜 오랜만에 보네. 저거 보자."

"그게 뭔데?. 채변봉투?... 그게 뭐야 아빠?"

"어? 너 몰라? 학교에서 안 해?

저거 학교에서 해야 하는데 너 안 해?"

딸아이와 아내를 번갈아 보면서 쳐다보면서

궁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며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한국 기생충박멸협회...였군요...채변봉투..

"자기는 도대체가...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채변봉투를 왜 해? 요즘에... 조선시대 사람 같다니까...

우리 때나 했지. 요즘은 그거 안 해."

전 정말 채변을 요즘 아이들도 다 하는 줄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당연한 듯이요...

안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생각하고, 그리 자주 생각을

할 이슈거리도 아니니... 그냥 막연히 요즘도 

다 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이가 없다듯이 쳐다보는...

"어?... 그렇구나... 안 하는구나... 그럼 딸. 너

저게 뭐 하는 건지 알아?

"채변봉투... 변이니까.. 응가 관련된 건가? 맞아?"

TV 속 화면에서는 순식간에 그 화면이 지나가고

다른 내용으로 방송을 하고 있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빠가 설명해줄게. 잘 들어. 알았지?"

심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심각한 표정으로 저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먹을 건데 더럽게 그 이야기는 왜 해?

나중에 해!. 나도 생각나게... 나중에 해!"

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너 아까 잠깐 본 봉투 안에 그 봉투만 한 비닐이 있어

엄마가 자주 쓰는 위에 잠그는 봉투 있잖아. 그거.

손으로 눌러서 잠그는 봉투. 그거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게 들어있는데..."

"이거..." 어느새 아내도 싱크대 서랍에서 그 비닐을

꺼내서 아이의 이해가 빠르게 도와주었습니다.

'더럽다며... 변덕쟁이... 쳇~'

 

하지 말라며...지가...

 

암튼 아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안에 자신의 똥을 담는 거야..."

"으으으... 왜!!! 왜 똥을 담는 건데?. 더럽게."

"아빠 어릴 적에는 위생적이지도 않았고,

기생충 이런 거가 있으면 안 되니까, 그걸 검사하기

위해서 검사를 해야 했는데, 그땐 병원도 많이 

없었고, 그리고 그 많은 학생이 병원에 

갈 수도 없었잖아. 그래서 한 거야."

관심이 없어했던 아이도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약간의 관심이 보였는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냄새 안 나나?...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저 작은

봉투에 넣어? 아주 조금 넣나? 생각만 해도 더럽다. 으으."

"응. 여기서 꼭 명심할게 몇 가지 있지.

아빠가 설명해줄게. 잘 들어."

또다시 심각하지 않은 상황인데 심각한 표정으로

저는 아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우선 채변하기 며칠 전에 학교에서 이걸 나눠줘.

하루 전이나, 당일에 주면 화장실에 못 가는 친구도

있으니까, 보통 며칠 전에 주고, 몇일 후에 내라고 해.

그런데, 여기서 중요 포인트 하나!

첫째! 설사하면 답 없다!!."

"아...그러네...진짜 노답이네..."

"그렇지. 그래도 무조건 내야 하거든.

설사니까. 무슨 숟가락 같은 걸로 담는다... 그런

상상은 하지 마. 굉장히 난감한 상태니까..."

정말 더러운 상상을 하게 만든 저였습니다.

 

그게 이렇게 심각한 일이야!

 

"둘째! 당시에 보통 채변 후에 성냥 같은 걸로

응가를 떠서 담았는데... 노노... 실수하는 거야...

성냥은 짧고, 생각보다 약해서 응가를 뜨다가

부러지기도 하고, 봉투에 넣을 때 손에 묻기도..."

"아!!! 진짜 더러워 죽겠네. 그만해 이제.

곧 밥 먹을 건데... 저 양반이..."

저는 계속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생나무 알지? 바닥에 떨어진 죽은 나무 말고,

그 생나무 얇은 걸 끊어서 응가를 떠 넣어야

안정하게 넣을 수 있었지.. 내 팁은 그래. 암튼."

" 참... 좋은 팁이다. 진짜..."

아내가 한마디 더 하더니, 포기하듯이

부엌일을 계속하더군요.

"셋째! 세 번째는 바로 정말 중요한 건데...

그건 바로. 양이지."

"양? 아. 얼마나 넣는지를 말하는 거야?"

"응!.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완벽히 했어도

양이 너무 적으면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양이 너무 많으면 그날 완전히 애들한테

그날 쪽팔림의 인싸가 되는 거지."

"그럼 얼마나 넣어야 하는 건데?"

"응. 쉽게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넣은 후에 살짝 비닐 밖에서 누르면

그 크기가 엄지손가락 손톱 정도 되면 OK야."

"아... 나는 진짜 다행이다. 그런 거 안 해서...

근데, 어디서 볼일을 보고 그걸 해?

변기 안에 있는 걸 하나?"

"아니 그 당시는 지금 같은 수세식은

거의 없어서 신문지 위에서 했지.

그리고 그걸 푸세식 화장실에 버리고..."

 

신문지에서 보통 했죠.

 

채변봉투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저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유명하고 인기리에 

끝난 오징어 게임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다가,

그게 어디서 유래된 건지 아냐고

제가 물어봤습니다.

그게 유래가 있냐고 궁금해하더군요.

그래서 전 이번에도...

심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오징어게임도 심각하게 말할거는...

 

"아빠 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PC방, 컴퓨터,

뭐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거의 무조건 학교 운동장이

가장 아이들이 많이 노는 곳이었는데,

그때 학교 운동장에 그려놓고 했던 게임 중

굉장히 많이 하던 게임이 있는데, 그게 오징어 게임이야.

물론 지역이나, 동네마다 다를 수 있는데,

아빠 동네에는 오징어 게임 이라고도 했고,

오징어 마이라고도 했지. 종이하고, 연필 가져와봐."

저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 위해 종이와 연필을 

가져달라고 하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설명을 위해...오징어 게임은 말이야...

 

오징어 모양이지?...아닌데?...뭐? 잘봐...

 

"잘 들어. 한 호흡에 한 번에 설명한다. 알았지?"

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A에서 시작을 해서 양쪽으로 어디든 

먼저 가도 상관없고, 그 원안에 있을 때는

양발로 있을 수 있지만, 밖에 나가면 깽깽이,

즉, 한쪽 발로만 다닐 수 있고, B 작은 원에는

원밖에 한발, 원 안에 한 발해서 두발을

놓을 수 있는데, 그 원을 떠나면 다시 한발,

D를 건너면 모든 곳에서 양발로 다닐 수 있지.

 

실제론 두호흡, 세호흡...헉헉...

 

미안... 두 호흡으로 간다.

그리고 C원으로 가서 한 발로든, 양발로든

E부분을 지나서 A라고 써진 부분을 발로 

밟으면 이기는 게임이야.

공격하는 팀이 그렇고, 수비는 그걸 못하게

막거나, 수비팀은 양발을 쓸 수 있고..."

"다시 한번 더 설명해봐. 아빠."

"어? 어. 잘 들어. 한번 더 설명하고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이다.

흐흡... 여기 A에서 시작을 해서

양쪽으로 어디든..."

저는 두 번을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질문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진짜 오징어 게임이 이 게임 보고

만든 거 맞아? 그걸 어떻게 알아?"

"흠... 오징어 게임하면 떠오르는 게 뭐야?"

"당연히 빨간 옷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리고 초록색 운동복..."

 

동그라미,세모,네모

"자. 이걸 봐... 여기 동그라미, 세모, 네모."

 

훗...이걸 몰랐다니..

 

"와! 맞네. 진짜네. 아빠!. 나 진짜 몰랐어. 이거"

"후훗... 이제 알았지? 아빠가 어릴 때

늘쌍 하던 거야. 껌이야 이거. 아빠 잘했어."

"엄마! 엄마도 이거 알아?"

"응. 알긴 아는데, 엄마는 그거 안 했지.

남자애들이 많이 했지 그건. 엄만 고무줄."

"아.. 와. 진짜 이 게임이 그랬구나... 와!..

아빠 덕분에 알게 되었네.."

전 조금은 으쓱해하며, 딸아이에게

조금은 거만한 표정으로 있으니,

아내가 쓰레기 좀 버리고 오라고 해서

쓰레기를 버리고 왔습니다.

 

쓰레기를 버리고...훗...뿌듯하군...

 

그런데 오는 길바닥을 무심히 쳐다보니,

왠지 어릴 적 참 많이도 했던

그 오징어 게임이

생각나더니, 희미하게 그 모양이 바닥에

그려지는 것 같더군요. 낮은 웃음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을 먹으라해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아빠. 아빠가 아까 알려준 거

친구들한테 톡 해보니까 아는 애들도 있더라고.

나처럼 모르는 애도 있었고."

"그래?."

"응. 그래서 방송채널 이거 바꾸면 아빠가

이야기 해준 내용 생각하면서 이 프로그램 볼 수

있을 거 같아. 요즘 이거 모르면 따 당해.

그니까. 이거 채널 바꾸자! 알았지?"

"???."

며칠 후 아내가 그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별도로

요금을 내고 보는 게 있다고 해서 그걸 해줬다고 하네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약정도 안 끝난 인터넷과 방송을

바꾸면 이래저래 손해였는데, 우선 아내가

잘 알아보고, 잘 해준 모양입니다.

 

우연히 TV 속에서 본 채변봉투와, 

딸아이의 오징어 게임 이야기로 3~40년 전

그때의 시절로 잠깐 다녀온 듯하네요.

그때는 어떤 건 참 싫었던 것들도, 또는

하기 싫어서 생각도 하기 싫었던 것들이

지금은 하나씩 기억하고 싶은 좋은 추억으로

느껴지는 건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거지요.

그래도 중요한 건, 오늘 생긴 일들도

먼 훗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이젠 너무나 흔한 말이 되어버린

'오늘은 내 남은 삶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겠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하루하루 좋은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채변을 한번...오징어게임을 한번...해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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