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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비둘기! 니까짓게 감히!!

by 40대 아재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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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요즘 길거리를 나가면 비둘기가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정말 많은 거 같습니다.
몇 달 전 이 비둘기로 인한 처갓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포스팅할까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스케줄 없이 집에서 애니메이션과
잇님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열심히 보고 있는
너무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토요일이었습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요즘도 저런 벨소리를 쓰나? 조선시대도 아니고...
와이프의 벨소리였습니다.
"여보세요? 네. 엄마. 진짜?. 너무너무 싫어 진짜.."
한참을 통화를 하더니, 방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던
제게 와서 와이프가 말했습니다.
"엄마 집 베란다 있잖아. 거기에 비둘기가 자꾸
앉아서 있고, 똥도 싸고... 아주 더럽고 무섭고...
으으으... 암튼 엄마가 혹시 비둘기 안 오게 하는 거
뭐 없냐고 물어보시는데? 요즘 뭐 있는지
함 알아봐 봐. 으으으... 싫다 싫어.."
와이프는 그렇게 말을 하고 방을 나가는데 마치...
'시간은 오늘 안에 답을 내놔. 그리고 하루 종일
그렇게 뒹굴뒹굴할 거면 설거지라도 하던가...'
이런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은 저는 바로
펴놓은 노트북으로 바로 검색을 했습니다.
'비둘기 퇴치제, 비둘기 퇴치, 비둘기..."
뿌리는 약제도 있었지만, 그건 비만 와도
없어지고, 그건 아닌 거 같아서 비둘기가
베란다 난간에 앉지 못하게 하는 뾰족한 모양의
비둘기 퇴치 플라스틱 제품이 있었습니다.

이 제품입니다. 기대를...

상품평이나, 좀 더 검색을 해보고, 구입을 하기 전
얼마나 사야 할지 몰라서 직접 가봐서 측정을
해야 얼마큼을 살 수 있을지 알 거 같아서
와이프에게 처갓집 번개를 요청했습니다.
마침 장사한다고 얼굴도 본지 오래된 작은동서를
오라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려 했죠.
"띵동. 저희입니다. 어머니. 들어갈게요~"
현관문 비번을 알지만, 놀라실 수 있는 장모님을
위해 항상 그렇게 하고 들어갑니다.
"어~~ 왔어?. 좀 앉아 먼저. 마실 거라도 가져올게~"
"아니에요. 어머니. 줄자 가져왔는데, 바로 재고
그러고 먹을게요."
저는 들어가자마자 비둘기가 앉아서 똥을 싸는
곳을 확인하고, 우선 물청소를 간단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이즈를 재고, 바로 계산을 해서
얼마나 구입을 해야 할지 안 좋은 머리를
잔뜩 굴리면서, 손가락까지 쓰는 모습에
와이프가 한마디 하더군요.
"계산기 만든 사람을 일반 사람으로 만드니?
그분 억울할 거 아냐. 자기 그러면...ㅉㅉ.
계산기로 해. 손가락으로 계산하고 있다. 진짜."
암튼 계산을 다하고, 바로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고, 잠시 앉아 있으니, 작은동서가
왔습니다.
"어~~ 왔어? 간만 이내. 살이 좀 빠진 거 같은데?"
작은동서도 비둘기 이야기를 듣고 아무것도 없는
베란다 난간을 보고, 제가 이런 걸 샀다고 보여주니
제게 그러더군요.
"이거 효과 있을까요? 요즘은 길거리에서 비둘기 보면
왠지 인간들을 계산해서 움직이는 거 같아요.
마치, 비웃는 거 같아서 기분도 나쁘고..."
"어. 맞아. 나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
얼마 전 집 앞 골목 걸어가는데, 차가 오는 거야.
근데, 차가 비둘기가 있어서 잠시 멈췄는데...
비둘기가 안 비끼는 거야. 그래서 차가 머뭇거리며
조금씩 앞으로 가니까... 헐... 어처구니없게
차 가운데로 들어가더니, 거기는 차로 안 닿는걸
아는지... 도망가지도 않아요... 계산하나 봐... 와..."
"비둘기도 머리로 계산하는데... 자기는 손가락...ㅋ"
와이프가 한마디 던지니, 장모님이 와이프
등짝을 한 대 때리시더군요. 장모님은 사위 편입니다.

장모님 사랑은 사위이지요.


"이거 우선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른 거 또 알아봐야지.
어머니. 택배 오면 제가 바로 설치할게요. 주말에요."
"어. 많이 급한 건 아닌데, 꼭 여기 와서 앉아있고
똥도 싸고, 아주 무섭고, 고약하게 생겨가지고...
알았어. 고마워~"
이틀 후에 택배가 오고, 저는 그 주 토요일 점심을 먹고
장모님 댁에 가서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이런식으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택배로 온 비둘기 퇴치 플라스틱과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서 30분 정도를 자르고, 고정하고, 붙이고 해서
설치를 다 마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거실에서 와이프가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으으으아! 비둘기! 비둘기.... 비둘기 왔어... 어떻게
재수 없게 생겼어. 진짜.... 잰 왜 이리 뚱뚱해?."

누구냐 넌...닭이냐?


손을 씻고 급히 그 소리에 거실로 나와 방금
비둘기 퇴치 플라스틱을 설치한 곳을 보니
뭐를 먹고 사는지 복어처럼 생긴 비둘기가
앉으려 하다가, 뾰족한 퇴치제에 못 앉고, 또
앉으려다가 못앉고, 그러면서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 그 비둘기 눈을 보니
제 딴에는 그게 굉장히 기분이 나빴는지 아주
고약한 눈빛으로 마치 지 구역을 뺏긴 표정을 하며
힘겹게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오~~ 효과가 있긴 있네... 좋았어... 그런데
재는 왜 저렇게 뚱뚱한 거야... 저러니 여기다
똥을 그렇게 많이 싼 거네... 못된 놈.."
그러다가 저희가 조금 가까이 가니 저희를 봤는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오~효과가 있어. 다행이네.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앉지는 못하는 거 같네. 다행."
와이프도 인정을 하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뭐야 O서방? 장난감인가?"
장모님은 제가 오면서 가지고 온 박스 하나를 보시면서
이렇게 여쭈셨습니다.
"아... 어머니. 그거 장난감 BB탄총이에요. 제가 전에
사놓은 건데, 혹시 설치하다가 비둘기 날아오면
그걸로 쏠려고 그냥 가져야 봤어요."
"가짜인 거지? 진짜같이 생겼네."
"그럼요. 가짜지요. BB탄(플라스틱)으로 쏘는 거예요."
사실 저는 중년의 취미 포스팅에서 나왔던
BB탄을 사용하는 장난감 총을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나 설치하다가 나타나면 그걸로 쏠려고 했죠.
사실 본심은 조금 그걸 원했습니다.ㅋㅋㅋ
그래서 좀 전에 복어처럼 뚱뚱한 비둘기가 조금
있다가 날아갈 때 오히려 아쉬웠죠.
베란다 옆쪽 다른 문을 열어서 그래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도망가 버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가지고 간 그 장난감 총은
설령 맞아도 그리 타격 없는 말 그대로 겁만 줄 수 있는
그런 겁니다. 그걸 맞고 비둘기가 죽고... 뭐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그때였습니다. 거실에서 장모님이 주신
약과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TV를 잠깐 보고 있는데,
밖에서 푸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엔 아까 그 복어 비둘기와
인상이 더 더러운 마치 보스 비둘기 같은 비둘기가
한 마리 더 해서 2마리 비둘기가 아까 앉으려던
난간에 다시 도전!!! 을 외치듯이 앉으려 했습니다.

보스비둘기


전 순간 이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조용히 안방 쪽 베란다 문과 모기망을 열고
파닥거리고 있는 비둘기를 향해 바로 조준을 했죠.
"하지 마! 동물학대 아냐? 이거 법적으로
안되는 거 아냐?
와이프가 제게 급하게 말을 했습니다.
사실 14세 이하 어린이나, 사람에게 쏘거나
일정 속도 이상으로 사용하면 불법이나,
어른인 제가 그 속도 이하의 장난감으로
사용을 하는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민폐일 수는 있겠죠..
40대 중년 아재는 법을 준수합니다.ㅎ
암튼 저는 비둘기를 노려보면서 몇 발의
BB탄을 날렸습니다.
'지금은 경고의 의미로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온다면 조준해서... 조심해라...'

경고만 줬다...후훗...


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도망갈 거라 예상을 하며 왠지 모를
뿌듯함에 거들먹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도망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더 기분 나쁜 눈빛과 표정으로
난간에 앉으려고 했습니다.
"으아아악 한놈 앉았어!!!"
보스 비둘기로 보이는 굉장히 괘씸하게
생긴 비둘기 한놈이 퇴치 플라스틱을
교묘하게 빗겨서 위험해서 손이 닿지 못해
고정을 못한 아주 적은 공간을 노리고
그곳에 앉았습니다. 너무 분했습니다.

왓 더!!


설치를 하면서 설마... 이 조금 고정 못했는데...
여기에 앉겠어?... 했던 부분에 비둘기가
앉으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전쟁이다...'
이때였습니다.
"O서방 그거 줘봐. 내가 쏴야겠어.
이거 어떻게... 여기 누르면 되나?"
장모님이 그동안 얼마나 이 비둘기에게
고통을 받으셨는지, 제가 들고 있던 장난감 총을
달라고 하시더니, 막 BB탄을 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위험... 어... 맞은 거 같은데...?"
계속해서 쏘시니 한 두발이 보스 비둘기에
날개에 맞는 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워낙 약한 속도이기도 한 장난감이고,
타격감이 없었는지, 날개에 맞은 BB탄이 날개 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데,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기분 나쁜 눈빛으로 저희를 쳐다보더군요.

인간! 덤벼!!

"O서방 이거 이제 없나 본데, 더 넣어봐!
속 터져서 원..."
"네? 네..."
저는 BB탄을 충전해서 다시 어머니께 드렸고,
장모님은 그것마저 다 쏘시고 나서야 두 마리 모두
도망간 걸 보시고 나서야 흐뭇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O서방 이거 얼마야?"
"예? 왜요?... 사시게요?... 필요하시면 가지세요. 어머니..."
"아니야. 아니야... 그니까 얼마야?"
장모님은 왠지 진심인 표정이었습니다.
"가지세요. 저 안 써요. 어머니. 가지세요. BB탄도
여기 10,000발 더 있어요. 다 가지세요."

비둘기가 왜 평화의 상징이죠?


어머니는 코로나로 인해 거의 3년간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으셨고, 사실 폐가 좀 약하셔서 저희도 최대한
찾아뵙는 걸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최근에서야
가끔 찾아뵙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이신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셨는지...
저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차에서
와이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모님이 스트레스 해소가 좀 필요하셨나 봐... 그렇지?"
"어? 어... 근데, 그게 비둘기가 되었네..."
"어... 근데 베란다 문 여시고 그러시면 좀 위험한데..."
"그러게... 엄마는 참... 하지 말라니깐..."
그렇게 장모님과 보스 비둘기, 그리고 복어 비둘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후 작은동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 동서 무슨 일? 가게는 안 바빠?"
"아. 네 형님. 며칠 전 잠깐 시간 나서 장모님 댁에
다녀왔는데요..."
"어? 아. 그랬어. 그런데?"
"네. 형님. 형님이 비둘기 퇴치 설치한 거 봤고요.
그리고 효과가 있다고도 들었고요. 저도 봤어요.
비둘기가 아직도 오기는 오고, 똥도 싸긴 싸는데,
예전보다는 줄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형님 덕분에."
"어. 어. 다행이지 뭐... 그나저나 그만
쏘셔야 하는데... 쩝..."
"아. 형님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하려고
전화드렸어요. 장난감 총요."
"어? 장모님이 말씀하셨어? 내가 드린 거?"
"네. 형님. 근데, 제가 하나 더 가져다 드렸어요."
"뭘? 장난감 총을?."
"네. 형님. 저도 꽤 비싸게 산 장난감 총이 있었거든요.
집에서 안 쓰고 먼지만 쌓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이야기 듣고 드렸어요. ㅋㅋㅋ"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동서 꺼는 비싼 가격에
성능이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는 거라 다시
작은동서가 가져갔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제가 드린 것도 다시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거의 안 온다고
장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왠지 장모님의 말씀에는
비둘기가 안 와서 왠지 아쉬운듯한...
암튼 안전을 위해서 그만하시라고 했고
이제는 비둘기도 안 오고, 그 장난감을
사용할 일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비둘기 퇴치 사건으로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항상 조용하시고, 그림 그리시고, 퍼즐도 하시고,
붓글씨도 쓰시고, 아직도 신문을 한 글자도
안 놓치고 읽으시는 조용하시고 한 장모님이
혼자 계시는 동안 쌓이신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으셨으면 그렇게...
며칠 전에는 장모님이 싫다고 하시긴 했지만,
속으론 답답해하셔서 바람 좀 쐬고 싶으셨던
그 마음을 알고, 가까운 바닷가로 장모님을
모시고, 바람좀 쐬고 왔습니다.
첨엔 안 가신다고 하셨던 장모님도 바닷가에서
바람도 쐬고, 근처 관광지에서 이것저것
보시고 오시니 좋으시다고 그러시더군요.

장모님과 함께 바람쐬러 간 그날 파란하늘과 오늘길에 노을-저희 딸 촬영


그런 거 보면 보통 부모님들은 조금이라도
자식들이 힘들거나 귀찮을까 봐 말씀도 안 하시고,
괜찮다고만 하시는 부모님이십니다.
고향에 계시는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분이서
같이 다니시니까 밖에 자주 나가십니다.
근데, 장모님은 그렇지 못하시니, 앞으로 좀 더
자주 기회가 될 때마다 바람 좀 쐬러 나가야겠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요.
정말 꼴도 보기 싫은 비둘기이지만,
이놈들로 인해 그동안 생각 못한 장모님의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마음을 알게 된 일이었습니다.

그런다고 또 오진 말아라...
보스 비둘기와 복어 비둘기야...
똥은 너희 집에서 싸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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