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
미묘한 공기흐름을 느낄 수 있다.
예전 신혼 때야 당연하게 시댁부터 들렸다가,
시간 되면 처가를 들르던 어쩌면 조금은 당연한
그런 일정을 세상이 변해서 이제는 처가를 먼저
가야 될 것 같은 일정으로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첫해에는 더군다나 한복까지 FM으로
입고 평소에 입지 않은 한복을 입고, 온갖 심부름과
음식을 만들고, 어른들 눈치를 보며 한 해 한 해를
버티고?, 이겨냈던? 마눌님을 보면 왠지 모르게
대단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안쓰럽기도 했던
신혼 때와는 달리 요즘은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건 필자의 거주지도 큰 몫을 했는데, 결혼을 한 후에는
필자의 고향인 지방의 소도시에서 살았고, 약 2년 정도
살고 경기도에 몇 년,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서울에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마눌님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태생에
그곳에서만 29년을 살다가 본인을 만나 결혼 후
지방에서 산 것이다.
처가는 차로 10분 거리이다. 차가 좀 밀려도 20분이다.
시골은 제사를 지내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어
큰아버지 또한 돌아가셔서 #제사 를 지내는 것이
어른들 사이에서 결정이 되지 않아 납골당을 각각
찾아 뵙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년 이 필자와 비슷하거나 같은 과정이나,
상황에 있을꺼라 생각이 든다.
물론 종교나 기타사유로 제사등을 지내지 않고
따로 가족들이 모이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어른들이 한분한분 돌아가시다 보면
명절에 모일 곳도, 그리고 모이자 라는 말도 누가 크게
나서서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딸들은 그렇지 않다. 필자의 #처가 는 딸만
3명인데, 참 서로 자매간의 정이 많아 자주 모이기도
하고, 동서끼리도 서로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이러니, 더더욱 처가쪽으로 가서 보내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기도 하는 듯 하다.
불과 10년전 만해도 명절에 시댁에 가서 음식을 하고,
제사를 지내고, 겸상도 못하고, 일만 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이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유독 엄격했던
필자의 어른들은 여자들은 #겸상 도 못하게 했던
꽤 엄격한 어르신 들 이였기에 더더욱 마눌님을 포함해
이러니 남자들은 여자들이 하는 음식을 술과 함께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였고, 여자들은 음식을 하면서도
할머니나, 더 어른이신 분들께 싫은소리 듣는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드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간에서 남자들은 말은 안해도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과 마눌님 모두 그 어느쪽도 한쪽으로 기울면
일이 터지게 되는 그 상황에서 안절부절 또는
팽팽한 긴장의 시간속에서 명절을 보내고 난 후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마눌님의 출발과 동시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지는 불만과 나를 향한 왠지 모를
서운함 등을 토해 내는데, 이때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때는 마눌님의 편에서 들어 주고, 대꾸를 해야한다.
요즘은 명절에 뭐하세요? 라는 말을 자주 듣거나,
자주 물어보게 된다.
예전같으면,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말인데,
당연히 시골 고향 부모님댁에 가서 명절음식 하고
추석이라면 사전에 #벌초 하고, 어른들 인사 드리고,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도 하고, 명절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였다.
근데, 요즘은 명절에 뭐하세요? 라고 말을 하거나,
듣게 된다. 그만큼 명절이라는, 제사라는, 음식준비
라는 그런 당연하지만, 힘든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명절은 연휴 또는 노는날, 쉬는날
이렇게 되어가고 있고, 그렇게 된 듯 하다.
1인세대가 전체 세대의 40%가 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시대가, 생각이 그만큼 예전부터 내려오던 것들을
이어나갈 여유도, 지식도, 방법도 모르게 되는 시대
가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우리 중년세대가 예전부터 하던 전통이나,
예절,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을 위해 올인 하는
그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필자가 맞다 안맞다가 아닌 그냥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잃는 것도 있겠지만, 얻는 것도
있겠지만, 점점더 시간이 갈 수록 정답고,
추억하면 입가에 웃음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던
그런 기억은 우리 현재 중년세대가 마지막 일꺼란
생각을 하면, 왠지 모를 씁씁함과 왠지모를
책임감 마저 생긴다.
알려줘야 할 것들, 이어야 할 것들에 대해 자식들이나,
최근 세대들에게 말을 하고 지식을 전해줘도
우리가 직접겪은 그 전통과, 옛것들을 어찌 더
알겠는가...
추석이 이제 몇일 안 남은 상황에서
명절에 뭐해? 라는 말을 듣고, 문득 그 말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나서 글로 옮겨본다.
-끝-
'daily & 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님. 제 소원은요... (80) | 2022.09.10 |
---|---|
중년 만세! (76) | 2022.09.08 |
당신의 건강은 어떠 신가요? - 부모님과 중년 건강 (4) | 2022.09.05 |
코로나 3년 (7) | 2022.09.02 |
주식과 코인 하세요? (4) | 2022.09.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