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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큰일났다 너, 걔가 누군지 알아?

by 40대 아재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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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날씨가 이제 엄연한 가을 날씨가 되었네요.

몇일 전 찍은 하늘인데, 하늘도 높고, 맑은 하늘에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저희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정월대보름이 되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쥐불놀이통을 만들어서

쥐불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농사를 지으시는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서 있었던 일입니다.

노하우가 해마다 쌓입니다.
쥐불놀이통 입니다. 형 일수록 좀 더 큰 통을 가졌습니다.

 

 

쥐불놀이통은 분유통이나, 농약통등을 이용해서

뚜껑은 버리고, 못등을 이용해서 통에 구멍을 내고,

철사를 이용해서 길게 깡통과 연결시키면 끝나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죠.

저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형과, 사촌동생들과 함께

엄청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시기 전후로는 논두렁 태우기도 많이

했었죠. 그때는 어른들도 허락한 맘놓고 불장난을

할 수 있던 때였습니다.

물론 그때 당시는 해충등을 태워 없애고, 땅에 거름이

되어 좀더 나은 논등을 만들기 위해 했었지만,

최근 연구결과로는 크게 효과는 없다고 하네요.

암튼, 그때는 맘놓고 불장난을 할 수 있던 때였습니다.

 

 

논에 쌓여있는 볏짚을 한아름 안아서

불을 붙히고, 또 날씨가 추우니, 불을 쬐면서 놀고,

암튼 참 재밌었던 기억입니다. 그때는 할아버지와

어른들도 볏짚에 불을 붙혀서 이곳저곳 불을 붙히시고

다니시던게 생각이 납니다.

한참을 놀다보면, 배가 고프죠, 지금으로 따지면

볏짚을 산모양으로 어른 키높이보다 높이 쌓아놓는

탑처럼 된 볏짚탑도 있었는데, 거기에 불을 붙히면,

불 높이가 거의 아파트 3충 높이까지는 올라갑니다.

지금같으면 완전 신고감이죠.

 

이 정도는 되어야...

 

어른들이 그곳에다 감자와 고구마, 밤,

그리고 일부는 고기를 싸서 불을

붙히고 구워도 먹었습니다.

그때는 간식거리가 그런거였죠. 하지만 그곳에서

구워먹는 밤이나, 고구마, 감자, 그리고 고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아...맛있겠네요.

 

밤과, 고구마, 감자는 보통 아이들이 먹고,

고기는 막걸리와 함께 논이 훤히 보이는 마을정자에서

어른들은 한잔씩 하시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오면 코가 시커먼 해지죠. 그걸 보고 저희는

또 서로 좋다고 웃고, 뭐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식 입니다.

 

그렇게 신나게 쥐불놀와 볏짚을 태우고,

고구마와, 감자, 밤등을 먹어도 배가 고프죠.

할아버지에게 드시고 계시는 고기를 달라고 하면서

옆에 자리를 잡습니다.

 

고기? 어디와서 가져가봐!!!

 

시골은 아시다시피 날이 금방 어두어지요.

더군다나 겨울이니, 해가 더 짧았습니다.

실컷 사촌동생들과 놀고 할아버지댁으로

가는 길 이였습니다.

못 보던 또래 일행이 마주 오고 있었는데,

길이 좁은 시골에서 뭉쳐서 다니다가, 사촌동생

한 녀석이 그 중 일행과 부딛쳐서 넘어진 것이였죠.

뭐.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 일어나서 다시 가려고

하는데, 제 또래쯤으로 되는 조금 덩지가 큰 한놈이

그러더군요.

"야!너 때문에 내 쥐불놀이통 떨어져서 농로에

빠졌잖아! 니가 주어와서 가져와!"

 

이렇게 못생기진 않았습니다.

 

하면서 제 사촌동생에게 소리를 치더군요.

제 사촌동생은 조금은 겁을 먹었는지, 저희쪽에서는

제가 가장 형이였는데, 저를 쳐다보고, 그놈을

쳐다보고 어쩔지를 몰라해서 제가 말했습니다.

"야. 너 몇살이야?. 그리고 서로 조심해야지.

내 사촌동생만 잘못했냐? 너도 잘 보고 다녀야지!"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놈은 저를 보더니, 그러더군요.

"넌 몇학년인데...난 5학년인데?"

 

표정 선빵이였습니다.

 

"5학년 똑같네. 나도 5학년인데, 암튼 서로

잘못한거 같으니까. 니가 주어와. 내동생 손바닥이

넘어지면서 까졌잖아!. 애들아 가자!"

그렇게 그냥 넘어가려 넘어진 사촌동생의 손에

거친 바닥에 긁힌 피를 보여주면서 일으켜 세워

가던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놈이 갑자기 저를 세게 밀치더군요.

"이 자식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붙어!붙어!"

전 서너걸음 밀려서 그 놈을 쳐다봤습니다.

사실 그때는 사촌동생들과 같이 있는 제일 큰 형이였고,

당시에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다닌 태권도로

3단(성년이 되기전엔 품이죠)이였습니다.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에 태권도도 가르치고, 뭐

그랬습니다.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냅다 뒤돌려차기로 그녀석 얼굴을

날려버렸습니다. 그게 끝이였습니다.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그 녀석은...

 

기절을 했습니다. 전 이겨서 사촌동생들에게

형으로써 어깨가 으쓱한 기분을 느낀게 아니라

'이 놈 죽었나. 어쩌지...숨은 쉬나...어 피나네...'

이 생각에 어른들에 혼날 생각이 먼저 나서

서둘러서 넘어진 놈에 얼굴을 두드리며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뒤돌려차기가

제대로 먹혔다는 걸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 배우니 이렇게 나도 모르게 나오네...그나저나,

많이 혼날거 같은데... 제대로 먹혔어...많이 다쳤나..

역시 발차기는 뒤돌려차기지...왜 안일어나냐..'

그 찰나에 이런 스스로의 뿌듯함과 혼날 걱정을

교대로 해가며, 계속 얼굴을 두드리니, 그 놈이

정신을 차렸는지 깨더군요.

 

이런 생각들이 반복해서 계속 떠올랐습니다.ㅡ.ㅡ

 

"으으...아..."

속으론 아주 다행이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면, 또그러면 혼난다...라고 말하고

멋있게 퇴장을 하려 했습니다.

그때 그 놈들 일행중 하나인 조금은 어린 녀석이

저에게 이렇게 소리치더군요.

"큰일났다 너, 걔가 누군지 알아?. 너 완전..."

"뭐? 뭐라는 거야?. 얘가 누군데?"

그때 그 놈들 일행 둘이 그 놈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더군요.

"너 얘 몰라? 목사님 아들이야!. 너 이제 혼났다!"

그랬습니다.

 

 

그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와 근처 몇 동네를 어우르는 이 근처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님 아들 이였던 겁니다.

그 사이 한 녀석이 어느새 어딜 다녀왔는지

헉헉 되면서 뛰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야. 목사님 곧 오실꺼야. 내가 일렀어. 너 죽었다."

그 목사님은 근처에서 덕망이 높으시고, 대부분의

동네분들이 잘 아시는 분 이셨습니다.

하지만, 전 이동네 아이가 아니니, 모를 수 밖에 없었죠.

"누가 다쳤다고? 싸웠어?..."

어두운 골목 뒷편에서 어른 한분이 천천히 걸어오시며

천천히 젊잖게 말씀을 하시는게 들렸습니다.

"아빠!!!. 쟤가 여기 지나가는데, 부딪혀서 내꺼

쥐불놀이 통도 떨어뜨리고, 나를 때리고..."

"시끄러!!!" 갑자기 그 목사님은 제게 맞은 아이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뭘 잘했다고 일러?일르긴?. 똑같으니까 싸운거지!"

전 그 순간 생각이 났던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정자에서 음심과 함께 술을 드시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저희 할아버지 모시고 와도

될까요? 저기 정자에 계시는데..."

"아? 그래. 너만 나 따라오겠니?. 넌 여기있고!!"

그 목사님은 오히려 자기 아들인 이놈은 여기에

있게 하고, 저만 데리고 그 정자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그 마을정자까지 가시는 길에

목사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어찌나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지...

암튼 마을 정자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목사님이

가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물론 제가 먼저 할아버지에게 길목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씀 드리고, 전 마을정자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할아버지가 말씀 하셨습니다.

"OO아. 너 목사님 말씀 잘 듣고 집으로 와라~

알았지?"

"네?... 네..."

목사님은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시고, 정자 밑에

있던 저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선 우리집에 가서 이야기좀 하자꾸나.가자"

"예?...네..."

뭐 딱히 잘한 것도 없이 쌈박질을 한 저는 목사님

말씀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할아버지도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전 목사님과 목사님 아들인 그녀석과 함께

목사님댁에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목사님은 저희 할아버지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집이 있으셨는데, 이쪽으로 아들과 함께

근처에 나왔다가, 동네 교회에 다니시는 분의

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던 거였습니다.

이 녀석은 쥐불놀이를 하러 저희가 있던 곳으로

나오고 있던 것이였구요.

암튼 목사님댁에 도착을 하니, 목사님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나오시고,

목사님은 간단한 음식 준비를 하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리고 안방으로 그 녀석과 같이 들어갔습니다.

방은 굉장히 넓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벽에는

십자가와 하나님 사진이 걸려있었고, 교회생활을

하시면서 설교를 하시거나 그런 사진을

이곳저곳에 작은 액자로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저곳을 보며 처음 보는 것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친구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목사님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 방석에 앉아라. 둘다. 그리고 기도하자."

 

 

"예?...기도를...네에..."

"혹시 교회 안다니니? 아까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너도 너 사는 곳에서 교회를 다니는 거 같다고

하시던데?"

사실 저희 어릴 때에는 동네 아이들이 거의 교회를

다녔습니다. 일요일 마다 교회에 가면 먹을 간식과

연필등의 학용품도 주시고, 가끔은 밥도 먹을 수

있는 곳이였고, 또 동네 아이들이 교회에

많이 다니다보니, 저도 자연히 교회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네. 저희동네에서 교회 일요일에 가긴 가는데요..."

"응? 그럼 됐다. 무릎꿇고 기도하자."

" 하늘에 계신...우리 아이들이...보살펴 주시고...

피하게 하시고...부디...예수님 이름으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도를 목사님을 하시더니,

잠시 아무말 없이 저와 그 친구를 한번씩

쳐다보며 이윽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가 잘못을 했고, 누가 때렸고, 누가 맞았고 하는건

중요하지 않아. 그건...제자들...먼 옛날 예루살렘..."

그렇게 목사님은 자상한 목소리로 1시간을 넘게

저희 앞에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조금은

무서운 감정과, 불안감, 불편함은 어느새 지루함과

피곤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불장난과

쥐불놀이로 지친 심신이 눈꺼풀을 아주 조금씩

내려오게 하고 있었고, 할아버지 옆에서 먹은 고기와

볏짚에 구워먹은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밤등으로

배가 찬 저는 식곤증 마저 겹쳐 꾸벅꾸벅 졸듯말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옆에 친구 또한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이였습니다.

다만, 저와 다른 건 자주 겪는 일처럼

제법 평온한 표정 이였습니다.

정말로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쏟아질 때쯤 목사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내 말 알겠니? 하나님은 그렇게 너희들을..."

"네?...네. 알겠어요. 목사님.근데..."

"뭐니? 할 말이 있는거야? 말해봐라."

"죄송한데,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아까부터 좀 소변이 급해서..."

전 세수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세수를 하면서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절대 목사님 아들인지, 혹시 목사님과

가족인지 물어보고 싸움을 해도 하겠노라고...

목사님은 전혀 지치는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다시 방에 들어가서 저는 그 친구와 그 이후

1시간이 더 될듯한 목사님의 말씀을 더 듣고 나서야

이런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겠지? 둘 모두?

"네!!!. 그럼요 다시는 이런일 없을 껍니다."

"네!!아빠 다시는요!!"

그 친구와 저는 거의 동시에 절규하듯이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부인 되시는 분께서 빵과 음료수를

주시더군요. 지금 안먹어도 가져가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목사님이 서랍안에서 꺼내시면서 제게

건네신게 있었습니다.

"성경책이다. 있니? 있어도 하나 더 가지고 있다가

언제든 읽으렴."

"네...감사합니다..그럼 전 가봐도 될까요?"

"그럼. 내가 같이 가주마."

"아닙니다!!. 저 혼자 갈께요. 저 길 잘 압니다!.

그리고 너 정말 미안하다. 다시는 너와 싸우 일

절대 없을꺼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 미안하다!!"

전 그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을 하고 성급히

목사님댁에서 나와 할아버지댁으로 뛰어서

갔습니다.

그 이후 그 목사님 친구와 한번 더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서로 아주 환하게 서로 웃어줬습니다.

 

목사님이 옆에 계실 때지요.

어릴 적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시절에

2시간이 넘게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였습니다. 그것도 말씀중에 기도하고,

질문도 하시고...

목사님은 저희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아껴주시고,

이해 해주셔서 그렇게 해주신 거지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감사하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전 정말 많이 혼나겠다...라고만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목사님과 그 목사님 아들은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시거나

저와 동갑인 그 아들도 잘 지내고 있겠죠?

몇일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동네에 있는 교회를

보고, 아...이런 일이 있었지...생각이 나서 오늘

이렇게 그때 기억을 떠 올려 봤습니다.

그러고 나니,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보고싶고,

쥐불놀이와 논두렁 태우던 그 아무 고민없던

그 시절이 너무너무 소중하게 생각이 됩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 말씀도 전하고 싶네요.

목사님. 잘 지내시죠? 그때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때 2시간 넘게 말씀하신 건 당시 제게는

다시는 목사님 아들과는 싸우지 않겠다라는 다짐마저

하게 한 힘들고 긴 시간이였지만, 겁먹고 불안한

저에게 친절히,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목사님 아들 친구!. 너도 어느덧 나와 같은

40대 중년아재가 되어 있겠지. 건강하고 잘지내라.

그때 뒤돌려차기는 정말 미안하다~

건강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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