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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세상에서 가장 급하게 군대가다.

by 40대 아재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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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이제 더운 여름은 정말 다 지나가 버렸네요.

늦여름은 IMF라는 생소한 단어가 뉴스에 한 번씩

나올 때쯤 저는 군대를 가게 됩니다.

얼마 전 '전설의 생활기록부 출석현황'

포스팅 내용 중에 그 일이 발생 후 3년쯤이

지났을 때 비슷한 일에

대해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을 오늘은 포스팅하려 합니다.

"전설의 생활기록부 출석현황'을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사실 제게는 군 입대는 대학에 들어가서 전혀 1도

신경을 쓰지 않던 때였습니다.

지원을 하지 않으면, 때가 되면 나오는 것이었고,

숨 가쁘던 고등학교를 벗어나, 이제는 자유와 청춘의

대명사인 대학교에서 성인 또는 어른이라는

타이틀도 같이 가지게 된 그때는 오로지 제 청춘을

불사르고만 싶은 그런 열정 가득한 시기였습니다.

 

청춘 이였습니다...

 

1학년 1학기. 대학생활에 이제 막 맛을 들이기

시작한 지 3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시더군요.

"네가 철이 들었구나... 잘 생각했다. 그게 낫지..."

갑자기 제 어깨와 등을 토닥여 주시면서 어머니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 무슨... 전 아직 철이..."

"이거 집으로 왔는데, 봐라. 에구... 참..."

하시면서 조금은 슬프신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어머니가

주신 봉투를 제 방에 올라가서 열어 보았습니다.

'귀하는... OOOO 년 O8월 26일에 지원 입대...

어쩌고 저쩌고...'

뭐야!!!. 전 읽고 또다시 읽었습니다.

 

 

찍힌 도장이 가짜인가... 어머니가 날 군대를 보내시려

컴퓨터를 이용해서 프린트를 하신 건가...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몇줄 안되는 그 내용을 수없이

정독을 하며 확인 또 확인해 보았습니다.

 

입영통지서!... 였습니다.

근데, 그런 적도 없는 지원입대서 라니요...

결단코 전 군대를 갈 생각도 없는 상태였는데,

지원이란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였습니다.

시간이 저녁이라 다음날에 그 종이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로 하고 떨리는 심장과 몸을 부여잡고

잠 못 드는 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다음날. 우선 학교로 출발을 했습니다. 수업을 듣고

중간에 수업이 없는 틈을 타서 공중전화기로 가서

그 전화로 전화를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삐삐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 세대죠.

공중전화기에 카드를 넣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렀습니다.

"뚜뚜 뚜두... 뚜뚜뚜뚜... 네. 병무청입니다.

무얼 도와 드릴까요?"

왠지 여자분 일 거 같지만, 목소리가 더 이상

굵을 수가 없는 남자분 이었습니다.

이런 분만 뽑아서 그 목소리에 맞는 이런 병무청 같은 곳에

배치를 하는지...

암튼 제가 가지고 있는 입영통지서와 주민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나니,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그 굵은 목소리 아저씨는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더군요.

"OO 씨가 대리인으로 지원하셨네요.

동의하신 걸로 확인이 되구요.

아직 신검 안 받으셨네요? 거기 쓰여 있는 날짜에

신검받으시러 오시면 됩니다.

 

하...한숨과 눈물과 분노가...

 

입영 전 신체검사인 신검받으셔서 합격해야 입영 확정됩니다."

"OO 라구요? 언제요?... 네... 네... 감사합니다.. 네.."

아... 내용은 이랬습니다.

당시 사귀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삐삐 비밀번호를

서로 알고 있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같은 반 여자애에게 삐삐에 녹음된 목소리 등을

저 몰래 들어서 저와 몇 번 작은 다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가더니 변했네... 자주 안보네..

뭐 이렇게 된 것이었죠.

 

너무 꽉 잡...

 

믿거나 말거나 인데, 그땐 군대에 가는 방법이

일반 사병 기준으로 지원입대와 시간이 되면 나오는

입대가 있었는데, 지원입대는 지원을 하면 거의

몇 달 만에 바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산이나, 시스템 등이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 있어서 대리인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 도장이나, 사인 등으로 대체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전 지원 안 했습니다.

 

 

그 내용을 알고 그 여자 친구에게 분노 게이지 만빵의

멘트를 삐삐에 남기고, 전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아서, 그 핑계로 수업을

빠지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제가 슬픈데,

같이 술 먹으러 가야지 하며, 수업을 빼먹는 것을

정당화, 합리화하며 몇몇 친구와 함께

낮부터 술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부터 입대가 약 3개월이 남았습니다.

통지서에 적힌 날짜에 우선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고,

마침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며

갔습니다.

결과는 1급... 그냥 입대 프리패스입니다.

너무 건강한 몸에 입대 지원 케이스이고,

담당하시는 병무청 담당자도 환하게 웃으며, 엄지 척하더군요.

당시엔 귓방망이를... 암튼 전 8월 26일 날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그 여자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입대 전까지 연락 안 하고,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게 맞는 거 같아서요. 하...

학교가 방학을 하고, 입대가 1달 전쯤 남았을 때

전 갑자기 머리를 지금부터 짧게 자르면 적응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단골 이발소에 가서 아저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1달 있다가 군대 가는데, 짧게 얼마나 잘라야 할까요?"

"어? 이번에 군대 가는 거야? 야... 고생 좀 하겠네.

그래도 빨리 다녀오는데 나아.. 라테는 말이야..."

단골 이발소 아저씨는 아저씨 군대 무용담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신나 있더군요.

그래서 전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저렇게 무용담 이야기를 하시니, 그래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라 생각하자.

나도 나중엔 무용담 이야기했으면 좋겠네..'

아저씨는 머리를 깎다가 갑자기 제게 이렇게 말씀 하시더군요.

"한 달 남았다고 했지? 지금 입대할 때 머리로 자르면,

그때 가서 다듬이면 되긴 하는데, 차라리 더 짧게 치고

한 달 지나면 그때 다듬기만 하면 입대 머리 될 건데...

어쩔래? 그렇게 할까?"

"아저씨가 알아서 해주세요. 저야 상관없습니다."

전 지금도 머리를 깎을 땐 눈을 뜨지 않습니다.

전 누가 제 머리를 만지면 그렇게 졸릴 수가 없거든요.

그 습관이 지금도 이어져 전, 지금도 미용실에 가면

눈을 다 깎기 전까지 안 뜹니다.

다 깎으면, 어때요?.라는 말이 들릴 때만 눈을 뜨죠.

암튼 그렇게 졸리듯 머리를 깎고, 머리를 감고

거울을 봤습니다.

'허걱!!! 이거 너무 짧은 거 아냐!.. 스님.. 아니.. 머리를

면도를 하셨나... 아니... 한 달이면 자라나...'

좀 많이 짧게 머리를 깎은 느낌이 들어

아저씨에게 말했더니, 한 달 동안 야한 생각 하라며,

웃으시고, 다음 손님께 가시며, 한 달 있다 와라... 하시더군요.하시더군요.

전, 어색한 머리를 만지며, 집으로 왔습니다.

 

야한생각 많이하면 돼.

 

집에 거의 다 왔는데, 고등학생인 여동생이 마침

집에 오고 있더군요.

"푸하하 하학... 작은오빠? 맞아? 군대 가는 게 아니라

절에 들어가기로 한 거야?.ㅋㅋㅋ."

"한 달 있으면 자랄 거야. 꺼져... 그렇지 안하도

기분 별로인데, 쪼그만한게."

"엄마! 엄마!. 작은오빠 머리 보래요~. 스님 스님ㅋㅋ."

 

얄미운...

 

크고 넓은 통을 가지고 야채와 채소를 다듬고 계시던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듣고, 절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들. 잘생겼네. 괜찮아. 배 안 고파?"

의외의 어머니 말씀에 여동생은 삐졌는지 들어가고,

전 어머니가 아직도 제가 철이 들어서 군대에 스스로

지원해서 빨리 다녀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줄

아셨습니다. 그래서 입영통지서가 온날 이후

어머니는 제게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잘 대해 주시고 계셨습니다.

"네. 어머니. 저 방에 올라가서 좀 있다 내려올게요."

전 방학도 했겠다. 군 입대로 개학 후에도 가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군입대 전 여행을 좀 다녀와야겠다

생각을 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참고로 전 그때 부모님의 배려로 저희가 너무나

잘 아는 국민차의 시초! 대우 티코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 차는 군대를 가면 탈 사람이

없어서 팔기로 했지만, 그건 입대 후이고, 그때까진

제가 언제든 타고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거리나, 위치 등에 제약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티코에 대한 에피소드도 몇 개 있는데, 이것도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하루 이틀 여행이 아닌

장장 2주간의 여행을 기획하고,

며칠 아버지 회사에서

알바도 하고, 어머니에게 용돈 좀 받고 해서

든든한 지갑도 있고,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입대 하루 전에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입대를 할 계획을 철저하게 짰습니다.

그때 가지고 다니던 삐삐도 해약을 해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공중전화 밖에 없었지만, 제가

종종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여름이어서 텐트와 코펠 등을 가지고,

숙박과 음식을 해결하고, 가끔은 식당에서 사 먹으며,

그렇게 여행을 즐겼습니다.

물론 마음속은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에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가축의 마음이었지만요...

어느덧 스님처럼 짧은 머리도 조금 더 자라났고요.

야한 생각을 많이 하려 노력했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

 

그때 가본 곳이 이랬습니다.

먼저 지리산-> 목포-> 여수-> 부산-> 영덕-> 강릉-> 고성-> 임진각-> 대청호-> 속리산-> 대전 엑스포-> 집

순서는 약간 바뀔 수 있지만, 맞을 겁니다. 이렇게

전국을 남색 수동 티코를 타고 길거리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텐트에서 잠을 자고, 또는 차에서 잠을자고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군 입대 전 행복한 여행을 그렇게 즐겼습니다.

중간중간에 혹여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전화도 드렸지요

 

아~너무 그립습니다. 제 첫차. 이색깔 수동!

 

그렇게 집에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대전에서 아침 일찍 출발을 했는데, 왠지 긴 여행에

피곤도 하고, 오늘은 가족들과 저녁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야제처럼 해야 하니, 좀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짐 정리도

할 시간도 계산을 해서 집에 도착을 11시쯤으로

예상을 하고 차를 몰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느 차에나 있던 전국 관광지도 책자를

보고, 도로를 찾고, 이정표를 보고 가야 하는 때였죠.

 

지금이 여기니까...
당시 네비게이션 이였습니다.

 

저도 2주간의 여행 중 참 많이 헤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찍 출발을 해서 헤매도

점심 안에 도착을 하는 걸로 그렇게 차를 몰았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식도 먹고, 조금 헤매다 보니

제가 아는 집 근처 익숙한 길이 나 올 때쯤 시간을

보니, 12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집이 보입니다. 다 왔습니다. 저는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짐을 하나하나 꺼내서 집 대문 안쪽에 있는

창고에 옮기고, 씻거나 빨랫감들은 안쪽으로

옮기고, 인사를 드리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바로 그때였습니다.

"너. 이 놈의 자식!!!.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당신 빨리 아까 싸던 김밥 준비해서 차에 타고

너 인마 빨리 차에 타!!."

진짜 때리시진 않았습니다!

짐을 넣고 옮기는 소리를 듣고 나오신 저희 아버지가

나오시면서 저를 보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아버지... 왜... 다녀... 예???"

그때 저희 어머니는 보자기에 예전에 소풍 갈 때

김밥을 담는 6각형? 8각형?의 큰 통에 김밥을 담아서

빛의 속도로 아버지와 함께 준비를 하시며,

차에 타러 가실 때 제 등짝을 때리시며

"빨리 타!!!"

전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 끌려 바로 아버지의

차에 탔습니다.

"먹어!!. 여보. 어떻게 되겠어요?. 안 늦겠어요?"

어머니는 제 입에 김밥을 밀어 넣으시며, 아버지께

이렇게 여쭈셨습니다.

"어?. 몰라!! 저놈의 자식 때문에 진짜... 전속력으로

가면 늦진 않을 거 같기도 하고!. 암튼 벨트 매!"

아버지는 엄청난 속도로 차를 몰기 시작하셨습니다.

타이어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성격 관련 얼마 전 포스팅을

같이 링크 걸어 놓겠습니다.

전 영문도 모르고, 땀과 피곤함에 쩌들어 빨리

여행 때 가지고 갔던 짐 정리 끝내고, 씻은 다음

잠을 좀 자려고 했었는데... 도대체 왜?...

 

그랬습니다. '전설의 생활기록부 출석현황' 때도

그랬듯이 이번엔 입대 날짜를 하루 뒤로 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 지금도 그때 부모님께

안 맞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

피곤해서 좀 일찍 들어오려 마음먹지 않았으면,

입대 거부자로 찍히고, 군대 못 갈 뻔 한 겁니다.

입대 시간이 제 기억으로는 오후 1시~2시 사이었던 거

같습니다. 전날 온다는 놈이 오지 않고, 당일

입대 시간 다가오는데, 밥을 못 먹고 갈까 봐 부모님은

가면서라도 먹이려 김밥을 싸서 초초하게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전 백 번 천 번 맞아도 되는 상황이었던 거죠.

암튼 그렇게 전속력으로 가신 아버지 덕분에

시간에 맞춰서 논산훈련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있었습니다. 러닝에요.

이렇게 입대한 사람은 저밖에...

머리는 스님 머리에 한 달 기른 머리였지요.

야한 생각 많이 한 덕분에 제법 길렀습니다.

전날 와서 이발소에서 머리도 다듬으려 했었습니다.

입대식 한다고, 운동장으로 이제 내려오라는 방송에

그때 난생처음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물론

아버지는 눈물을 숨기셨지만, 전 보았습니다.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셨죠.

암튼 갑자기 하루빨리 온?

세상에서 가장 급하게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군입대에 당황하면서도 인사를 드리고, 운동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입대식이 끝나고 마지막에

부모님께 경례를 하는데, 그때는 진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런 저를 밥이라도 먹이려 김밥을

싸시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부모님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참고로 그 이후로는 날짜를 잊거나, 착각하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집에 입대할 때 입고 가는 옷을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 주는데, 그 부피가 바지, 옷, 신발, 등등

꽤 묵직한데, 전 러닝에 반바지, 슬리퍼라

굉장히 가벼운 소포가 왔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전 만기를 다 채우고 건강하게 요즘처럼

하늘이 높은 날씨 좋은 가을쯤에 제대를 하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저희곁에서 계셔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러실 만 하십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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