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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하이패스 없는 아버지 벤츠

by 40대 아재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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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일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참고로 저희 아버지는 어지간한 일로는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으십니다.

아버지에게 전화가 온 그날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리얼팩트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달 초에 서울에 두 분이

오실 일이 있는데, 그때 오늘 이야기의 모델료를

맛있는 식사로 대접하기로 합니다.

 

"어. 애비다. 어디냐?"

"네. 아버지 회사입니다. 어쩐 일이세요?.

전화를 다하시고, 별일 없으시죠?"

"어. 별일 없다. 그건 그렇고 고속도로 다닐 때

쓰는 그 뭐냐... 하이패스. 그거 하나 사서 보내라."

"예?. 갑자기 하이패스를요? 고장 나셨어요?"

사실 아버지는 고향에서 타시는 차에 하이패스가

달려져 있는 걸 알아서 그게 고장 난 거라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 네 아버지. 제가 사서 보내 드릴게요.

차량번호만 문자로 찍어 보내주세요."

"어. 알았다. 끊는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로 차량번호가

제가 아는 아버지의 차량번호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차량번호를 알고는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정확히 하려 확인차 차량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을 드린 건데, 아버지가 보내주신 차량번호는

낯선 차량번호였습니다.

성격이 급하시기로 세계 NO.1 이신 저희 아버지가

빨리 하이패스를 받으셔야 하는 걸 아는 저는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지의 급하신 성격에 대한 건 글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접니다. 근데 이거 아버지 차 번호 아닌데요.?"

원래 OO.OOOO 으로 알고 있는데, 이 번호는

뭐예요 아버지?"

"맞다니까!. 됐고 언제 오냐. 하이패스"

"아니. 번호가 정확해야 제가 등록해서 보내드리죠.

번호판 바꾸셨어요?"

"아니. 차 바꿨는데?"

"예? 차를 바꾸셨다고요? 뭘로요?, 그래도

저희랑 상의라도 좀 하시죠... 뭘로 바꾸셨어요?"

"응... 어. 그거 벤츠."

진짜 벤츠였다.

 

"예? 벤츠요? 아버지 벤츠라고 하셨어요?"

"왜 애비는 그거 타면 안 되냐? 암튼 끊어 바빠."

"아니... 그건 아닌데...뚜우뚜우..."

전화를 끊으셨네요.

그랬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벤츠를 사셨습니다.

그때 회사일로 절 찾아서 우선 회사일을 마치고

고향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했습니다. 퇴근길에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 작은 오빤데, 너 혹시 아버지 벤츠 사신 거

알고 있었어?"

"알지. 그럼 내가 모르겠어?. 작은오빠한테도

역시 전화했구나 아빠가?. 그럴 줄 알았어."

여동생은 제 전화가 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오빠는 뭐 보내라고 하셨어? 난 전용 매트 사서

가져오라고 하시던데, 오빤 뭐야?"

"어. 하이패스. 넌 왜 매트야. 매트가 순정에 있는데,

왜 매트야?"

"어. 아빠 아시는 분이 순정 매트 말고 뭘 깔았는데,

그걸 자랑하셔서 그거랑 똑같은 걸로 사 오래.

근데, 미치겠어. 국산 차는 있는데, 그 아빠가

산차는 아직 없대. 그래서 미친 듯 찾아보고 있어.

이번 주까지 안 사다 드리면 알잖아 아빠 성격.ㅋ"

"그랬구나... 근데 왜 아버지 벤츠를 사신 거야?"

"응. 저번에 아빠 아시는 분이 바람을 넣으셨어.

더 나이 먹으면 못 탈 텐데... 뭐 그런 식으로. 어휴...

그래도 뭐 타시던 차보다 안전하고 좋으니깐..."

그랬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사실 굉장한

얼리어답터이십니다. 그것도 귀가 무지하게

얇으신... 그래서 어머니와 상당히 많이 싸우셨죠.

성격 급하신 걸로 세계 NO.1 인 이유를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리고 이어 가겠습니다.

 

"아~빨리 와!!!."

그날은 밖에 계시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뭘 좀 사시러 가는 길이셨는데,

일을 보시고 들어오시다가 어머니께 어디로

나와 있으면 거기로 갈 테니, 거기서 기다려라...

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도착을 하셨는데, 길 건너에

어머니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빨리 와! 차도 안 오는데, 그냥 건너와~"

아버지는 어머니께 큰소리로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파란불에 건너야지~"

어머니도 큰소리로 대답을 하셨죠.

"안 오면 간다!!!" 1, 2, 3 부우웅~~~

리얼로 진짜 혼자 다녀오셨습니다.
 

신호등 건너는 시간을 못 기다리시고 아버지는

차를 몰아 혼자서 사실 물건을 사고 집에 오셨다는

어머니의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세계 NO.1 입니다.ㅜㅜ

 

암튼 저는 아버지의 그런 급하신 성격을 알기에

그날 저녁 하이패스를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서,

등록 후에 보내 드렸습니다.

여기서 그 벤츠가 하이패스가 없을 리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몰라 설명 들어갑니다.

아버지는 이번 차를 사실 때 그래도 벤츠인데,

그것들이 다 기본으로 있는지 아신 겁니다.

나중에 그게 빠진 걸 알고, 영업사원에게

그거 달아서 차 빼달라고 하니, 그 영업사원이

하이패스와 다른 옵션이 연결돼 있고, 가격은

200만 원이 좀 넘고, 중요한 건 그걸 지금 추가로

넣으면 2달이 넘게 차량 출고가 지연될 수 있다는

거에 그 옵션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고 신청을

못하신 거였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하이패스가 200만 원이 넘는 게

문제가 아니라, 2달 넘게 지연 출고가 더

힘들었던 것이었죠. 그래서 그 비싼 벤츠에

하이패스가 없었던 겁니다.

2달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틀쯤 지났을 때 회사에 있는데, 아버지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 애비다. 잘 받았다. 끊는다. 뚜우뚜우..."

"네...뚜우뚜우..."

저희 아버지니깐요. 사실 전 이런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일상이니깐요.

몇 주가 지나고, 고향 부모님을 뵈러 가족이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물론 벤츠도 보러요.

오전 11시쯤 됐는데, 도착예정시간을 말씀드리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지 접니다. 저희 도착하면 11시 30분쯤

될 거 같은데,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예약을

하거나, 집으로 배달을 시키려고요."

"어? 그래?. 좀 전에 점심 먹었는데?. 그냥 와

집에 와서 밥 먹어 그냥."

잠시 제가 잊고 있었던 게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새벽에 일어나셔서 6시쯤 아침을

드시고, 11시~12시 사이에 점심을 드시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아들이 온다고

말씀드렸는데... 식사를 하셨군요...

오랜만에 아들하고 식사인데...

 

저희는 도착해서 인사를 드리고, 차도 구경하고

연신 와... 와... 좋네... 소리를 계속했습니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야. 이것도 된다. 이거 봤냐... 비싼 게 좋긴 좋더라.."

아버지의 점점 환해지시는 표정과 반대로

어머니는 그만큼 분노의 표정으로 되시더군요.

그때 저희 아이가 할아버지인 아버지께 이렇게

말하더군요

"할아버지. 이거 얼마예요? 비싸요?"

"어? 우리 손주 딸. 어. 비싸."

"할아버지 돈 많아요?. 그럼 우리 서울에서

집 사주면 안 돼요?"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전에 포스팅에 적은 적이

있는데, 저희 부모님은 니돈니돈, 내돈 내돈의

궁극의 마인드를 가지시고, 나중에 쓰고 남으면

주고, 없으면 없고의 너무나도 확고한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셨기에 아이의 그 말은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올라갈 때 차 밀리지 않냐? 피곤하니까 얼른얼른

일찍 올라가."

시골에 내려와서 밥 먹고, 차 구경하고 해서 고향에

온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어색한 분위기에 저의 아내가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아버님. 저희가 사 온 화과 그거 맛있는 건데

그거 드시러 들어가시죠. 좋아하시는 과일도

좀 사 왔어요. 들어가시죠..."

아내의 즉흥적 대처가 뛰어났습니다.

 

집 거실에서 저희가 사 온 화과와 과일을 먹는데,

아버지가 드시던 과일을 내려놓으시면서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차 바꾼 이유 아냐?"

"예? 이유가 뭐가 중요합니까. 아버지가 좋으면

바꾸시는 거죠."

그러자 아버지는 얼마 전에 있던 일을 어머니를

한번 보시더니 천천히 말을 하셨습니다.

"너네 엄마하고 OO로 뭘 좀 보러 갔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는데..."

"이 영감탱이 그 말 하지 말라니까... 하지 말아요!"

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 해졌습니다.

"허.. 가만있어 봐..."

그런데 그 순간 아버지는 웃음을 지으시는 게

제 눈에 보였습니다.

"말씀해보세요. 무슨 일인지"

"어. 그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는데, 화장실을

둘 다 갔다 오기로 하고 아비 먼저 차에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 거야. 네 엄마가"

"얼마나요?" 아버지의 급한 성격을 아는 저는

설마 고속도로에서 어머니를 놓고 오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쭈어보았습니다.

"어.. 한 10분 기다렸나."

"아버지, 어머니 휴게소에 놓고 오셨어요?"

그 시간이면 충분히 아버지는 그냥 출발했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렇게 여쭈어보았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고속도로에 너네 엄마

두고 올수 있냐... 그래서 전화를 했지.

전화를 받대. 그래서 빨리 오라고 했지"

"그런데요?"

"그런데 너네 엄마가 차에 타 있는데, 당신이나

빨리 오지 왜 안 오고 전화하냐고 그러는 거야."

"예? 아버지도 차에 계셨고, 어머니도 차에 계셨는데,

왜 안 오냐고 그러셨다고요?"

"어!.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내가 차에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다시 물었더니, 너네 엄마가 오히려

화를 내면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도대체 왜

안 오고 전화해서 성질내냐는 거야!"

그때 저는 어머니를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습니다.

왠지 부끄러워하시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요? 무슨 상황인 거예요 이게?"

" 나중에 알고 보니까 너네 엄마가 다른 차에 앉아서

태연하게 있었던 거야. 글쎄... 참 어이가 없어서..."

"푸우우우우우웃..." 옆에 있던 아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도 하하 하하... 웃으며

할머니 대박... 이러고 있더군요...

그 뒤가 더 궁금한 저는 여쭤보았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되신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약간 창피하듯이 말씀을 하셨다.

"아니. 차가 똑같고, 문도 여니까 열려 있었고,

자리에 앉아 있었지?. 근데, 너네 아빠가 안 오니깐

기다려도, 밥 먹고 이에 뭐가 껴서 항상 이쑤시개를

놓는 앞에 서랍을 여니까 없는 거야. 이쑤시개가..

그래서 이상하다... 그리고 이런 게 여기 있었나... 하고

그냥 기다렸지. 그리고 너네 아빠한테 전화가 온 거고."

"그래서요? 그 차에 계속 계셨어요?"

"어 전화 끊고,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운전석으로 타더라고... 근데

그 아저씨도 차에 타고 나랑 3분 정도는 그냥

같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앉아 있었어. 그러다가

내가 먼저 그랬지? 누구세요?"

거기서 제가 빵 터졌습니다... 아버지도 옆에서

크게 웃으시더군요.

"그 아저씨가 뭐래요? 어머니가 누구냐 길래?"

"어. 그러더니 그런 아주머니는 누구시고, 왜

여기 계시냐고... 그래서 내가 내려서 차 번호를

보려고 내리는데, 너네 아빠가 오는 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차가 같아서 착각했다고

이야기하고 온 거지"

어머니가 앉아계시던 차 주인

 

아... 역시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아버지는 이야기가 끝나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일도 있고, 차가 많이 팔린 차다 보니

흔하기도 하고, 또 아비도 더 늦기 전에 한번

타보려고 차 바꾼 거다."

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역시 어머니 사랑은

아버지이고, 아버지 사랑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차 번호를 확인하러 남의 차 밖으로

나갈 때 멀리서 오는 아버지 모습에 너무너무

황당하지만 반가워서 손을 흔드셨다고 합니다.

 

첨엔 여동생의 이야기로 아버지 지인분의

옆에서 바람을 넣어서 차를 바꾸셨다고 들었지만,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오늘 아버지와 어머니

고속도로 에피소드를 들어보니, 두 분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로 차를 바꾸신 걸로

저희 가족은 그렇게 알기로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다시 서울로 올라오면서 올라오는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속도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생각이 날것 같다고

한참을 이야기하며 올라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성격이 세계에서 가장 급하셔도 좋고

남의 차를 우리 차인 줄 알고 실수하셔도 좋으니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어주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올라오는 길에 저희 아이에게 서울에 저희 집

사달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다음에 가면

더 강하게 확실하게 말씀드리라 했습니다.ㅎ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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