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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절대 신발 뺏기지 마라! 친구야...

by 40대 아재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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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오늘은 저와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와 실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당시 저희 집과 담을 맞대고 있고,

저와 3~4살 때부터 OO 친구인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사실 정확히 따지면 저보다는

1살 어린 친구였으나,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암튼

친구로 지낸, 그것도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들도 친하게 지내셨고, 그 친구

형제가 위로 형이 한 명 있고(현재 경찰입니다.), 다음

누나가 한 명 있고(2살 터울), 그리고 이 친구가 막내로

2남 1녀였고, 저희 집과 비교하면, 저희 형이 이 친구

형과 동갑이었고, 누나는 저한테도 누나였고, 전

4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암튼 저도 2남 1녀 줘.

 

그 친구 아버지는 저희가 살던 시의 소방서 부소장

이셨습니다. 소방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셨었죠.

그때 당시에 그 친구 아버지가 술만 드시면 저희 집

대문을 두드리면서 저희 어머니 이름을 부르시면서

누구 나와라~누구 나와라~ 하시며 거의 매일

그러시면, 저희 아버지가 왜 남의 마누라 이름 맨날

부르냐고, 바로 옆집인 그 친구 집에 말리면서

데려다주고, 그런 부모님들 간에도 친하게 잘

지내셨던 사이셨습니다.

꼭 저희 어머니 이름을 부르셨죠ㅋ

 

한 번은 저희 아버지가 그게 좀 얄미우셨는지,

저희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친구 집으로 가셔서

그 친구 어머니 나오라고 이름을 부르며 대문을

두드리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ㅎㅎㅎ

저희 아버지도 술 드시고 그러시겠다고.ㅋㅋ

 

저희 어릴 적엔 메이커 옷이나, 신발은 또래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말로

인싸로 바로 등극하는 좋은 아이템이었습니다.

메이커 신발이나, 옷, 그리고 가방 등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왠지 모를 으쓱함에 친구들 사이 레벨도

올라가고, 뭐 그랬습니다. 그만큼 그땐 메이커 하는 게,

흔치 않았죠. 그리고 메이커는 요즘 말로 좀 살아야

당시 저희 같은 국민학생이나, 중학생도 신거나,

입거나, 맬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중학교 여름인 걸로 기억이 납니다.

전 어머니에게 한 달 전에 약속을 받아서 그 결과를

상으로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약속은

저희 저희 때에는 매월 시험을 봐서

각 과목별 평균이 90점을 넘으면,

학력상이라는 상을 주었습니다. A4 용지 절반 크기에

얇은 종이 상장이었는데, 다른 지역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어머니와 저는 평균 95점을

넘으면, 어머니가 제가 사고 싶은 운동화를

사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전 엄청난 아우라로

그달에 95점이 넘는 점수로 학력상을 받았던 겁니다.

"엄마! 여기 상장이 있습니다. 95점을 넘겼습니다.

약속하신 프로 OOO OOO 파워를 사주시죠. 만세!!"

세상을 가진  듯 했다.오로지  신발을 향한  진념이였습니다.
 

당시 엄청난 속도로 학교에서 집으로 바로 갔는데,

학교에서 집으로 바로 온 것은 그때뿐 인 거 같네요.

어머니는 상장을 보시더니, 주말에 아버지하고

같이 나가서 사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늘이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당시 저희 동네에선

그 신발을 신은 또래가 없었고, 당시 TV에서

말이 나오는 광고였는데, 그 운동화는 진짜 진짜

엄청난 아이템이었습니다.

그 주 주말에 전 아버지와 어머니 손을 잡고

그 메이커 매장에서 꿈에도 그리던 그 신발을

샀습니다. 정말 정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그 친구는 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조금 멀었습니다.

걸어서 30분 정도를 가야 했는데, 어느 날 그 친구와

학원을 가려고 전 그 친구네 집 대문으로 가서

친구를 불렀습니다.

"여~~~ OO 학원 가자~~~"

"어. 잠깐. 나간다... 다녀오겠습니다."

친구는 그 친구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신발을 신고

저한테 오는데, 갑자기

유명한 짤이죠

 

"야!!! 너 그 신발 프로 OOO OOO 파워 아냐?

오!!!! 산 거야?... 봐봐... 봐봐!!! 와!! 진짜네~~"

그 친구는 첨엔 정말 놀라는 모양이었으나, 뒤로는

그 친구 어머니가 서 계신 걸 알고, 더 크게 말하더군요.

"와. 진짜 죽이네... 너 이거... 와~~~ 진짜 진짜 좋겠네.

날아가겠네. 신발. 진짜 멋지네!!!."

그 친구는 더욱더 자기 엄마가 듣도록 더 크게

소리를 치더군요.

친구의 연극엔 프로의 냄새가 났습니다.
 

"가자. 늦겠다."

전 그 친구를 우선 데리고 나오고, 학원에 가면서

학력상 받아서 부모님께 받은 거고, 오늘 처음

신은 거다. 너한테 보여주려고 신고 온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원 갈 때 맨날 나와 계시는

너희 어머니께 너 이거 하나 같이 사달라고 노리고

그렇게 한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감격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시 넌 나보다 고수다!. 며칠 이러면 우리 엄마도

안 사주시겠나?. 그렇지?ㅋㅋㅋ"

사실 그 친구네와 저희 집은 보이지 않는 뭐랄까요.

경쟁은 아닌데, 뭔가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건축회사를 하셔서 사업을 하셨고,

그 친구네 아버지는 소방공무원이셔서 생활이나,

그런 것들이 조금 달랐죠.

예를 들어 이런 거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살림을 하시는 전업주부 셨기 때문에

매월 고정적으로 월급처럼 돈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셨고,

그 친구네는 매월 월급은 들어오는데, 그리 넉넉하진

않으셨고, 뭐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가 살림살이나, 뭘 마련하면,

그 친구네도 그런 걸 사셨고, 반대로 그 친구네가

뭘 하면, 저희도 하는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런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기에, 제가 이 꿈의 운동화를

산 걸 아시는 이상 이 신발이 이 친구 발에 신기는 건

사실 그리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 일주일 예상한다. 그렇지?"

친구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좀 비싸서 한 달 안 걸리겠나?"

"그런가... 빨리 신고 싶은데, 암튼 네가 흰색이니,

나도 흰색 사면 좀 그런데, 난 파란색 살까?"

"흰색이 젤 나아. 학원 늦겠다 뛰자."

그 친구와 전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조금 늦은

학원에 빨리 가기 위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뛰어도 된다. 신발 버리게..."

내 새 운동화를 버리게 할  작정이었다.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었습니다.

그 주 일요일에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어이... 친구... 요거 봤나.. ㅋㅋㅋ"

"어? 샀어? 빨리 샀네... 오오오!!!.ㅋㅋㅋ"

"오늘 아침에 샀다. 우리 엄마가 먼저 사주신다고

하셔서 잽싸게 따라가서 샀다.ㅋㅋㅋ. 암튼

네 역할이 크다. 고맙다..ㅋㅋ. 내일 학원 갈 때부터

신으려고, 그전에 너 보여주려고 왔다."

친구는 시내에서 신발을 사고, 집에서 끈을 묶자마자

저희 집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여름 장마인지라 비가 갑자기 상당히 많이 오더군요.

시간이 되어도 안 오길래, 제가 그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비가 와서 새로 산 운동화는 안 신고,

헌 운동화를 신고 나섰습니다.

그 친구 대문에 도착하니, 그 친구와 그 친구 엄마의

다투는 소리가 나더군요.

"아!! 그냥 신고 갈래~조심하면 된다고요!!"

"새 신발을 처음 신는데, 비 오는 날 신으면 어떡해!!.

다른 신발 신고가 오늘!!"

제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어머니와 친구는 새로 산 운동화를 신는다, 안된다

하며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신발을 신고

대문 쪽으로 우산을 쓰고 그냥 도망쳐 나와서

결국은 그 새 신발을 신고 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헌 거 신지? 비 많이 오는데..."

"싫다. 오늘 OO 이가 한 달 만에 나온다고 했잖아."

그 친구가 말하는 OO 이는 학원에서 본 여자애인데,

한 달 동안 일이 있어 못 나오다, 오늘부터 나온다는

이 친구가 맘에 있던 친구였기에 이 새 신발을 더욱더

신고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OO이 네 신발은커녕, 널 볼 거 같냐? 헌거 신지?"

"싫다. 너까지 왜 이래... 가자!"

그렇게 조심조심하면서 저희는 학원에 갔습니다.

그 친구가 맘에 두는 OO을 보고 괜히 신발에 묻은

빗물을 털고, 다리를 꼬고... 뭐 그러더군요.

OO은  네가  누군지 모르던데...

 

암튼 저희는 수업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로등이 그리 많지 않은 때라

집 근처 골목이 굉장히 어두웠고, 비까지 와서

더 어둡게 느껴질 때쯤, 뒤에서 저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일루 와!. 빨리 안 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3명의 형들이 저희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희는 서로의 눈빛으로 도망갈까, 아니면

어차피 뺏길 것도 없으니, 그냥 말까... 하는 생각 중에

갑자기 저와 친구의 목덜미를 강하게 턱 하고 잡혀

저희는 집 앞 바로 코앞 골목에서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때 하는 말로 삥 뜯는 놈들이었죠.

"주머니에 있는 거 다 내놔."

한 놈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전, 버스 쿠폰과

100원짜리 2개, 그리고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주었고, 제 친구는 버스 쿠폰만 꺼내서

줬습니다.

"이게 다야? 뒤져서 나오면 죽는다!"

왜. 레퍼토리가  다  똑같았는지... 10원에  한대...

 

소리라도 치고 도망갈까 하는데, 빗소리에 모든 게

안 들릴 듯 심하게 비가 오고 있었던 터라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몇 발자국만 가면 집인데...

하는 생각과, 때리면 어떡하지...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놈들 중 두 놈이 저희 가방과 주머니를 모두

뒤져서 더 이상 나올 게 없자 침을 뱉으면서

말하더군요.

"어? 뭐야... 신발 새 거 같네..."

제 친구의 오늘 처음 신고 간 바로 새 운동화였습니다.

"사이즈가 나랑 비슷할 거 같은데, 어린놈이

메이커나 신고 말이야.. 근데 돈은 없고, 에이 재수 없게

야 인마! 그 신발 벗어!"

"예?... 안돼요. 이건 오늘 처음 신은 건데, 엄마한테

혼나요..."

제 친구는 울고 있었고, 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터울을 떠나, 덩치가 큰 동네 양아치 3명이라

혹시 나쁜 짓을 할까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 좀 작은데, 맞네... 야. 이거 신고가. 빨리 꺼져!"

슬리퍼를 신고 있다가 신발을 뺏은 놈.

신발을 바꿔 신은 그놈은 자기가 신던 헌 슬리퍼를

주고 친구의 그 새 운동화를 뺏어 신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놈들이 없어지고, 저와 제 친구는 우산도 못 받고

있어서 비까지 쫄딱 맞고, 친구는 오늘 처음 신은

운동화도 뺏겨서 정말 처량한 모습이었죠.

우선 앉아서 울고 있는 친구를 일으켜서 집에

데려다주고, 그 친구 엄마에게 잠깐 요 앞에서

불량배 만나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전 집으로 왔습니다.

저도 집에 와서 비를 다 맞은 채로 들어오니,

부모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셔서 다 말씀을

드렸고, 전 제 방으로 올라가서 씻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을 했습니다.

왠지 제가 먼저 그 신발을 사서, 그게 부러운

제 친구는 같은 신발을 샀고, 그 친구가 하필 처음

신고 간 날 비가 와서 그 친구 어머니가 말려도 그냥

신고 나와서 결국은 동네 건달들에게 뺏긴 일이

왠지 저 때문인 거 같고 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긴장과 피곤 때문인지, 전 금세 잠이 들었고,

다음날 학원을 갈 시간이 되어 문을 나서는데,

그 친구가 먼저 저희 집 앞에 나와 있었습니다.

"같은 거 또 신었다. 봐라...ㅋㅋ"

어제 뺏긴 새 운동화와 같은 신발을 신은 친구가

환하게 웃으면서 한쪽 다리를 올려서 제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신발 뺏기고 울던 놈이죠.

 

전 사정을 물어봤고, 그 친구 어머니가 첨엔

비 오는데 그렇게 신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 신고 가서

무지하게 혼내시다가, 비 맞고, 헌 슬리퍼 신고 온

그 친구가 불쌍하게 느껴지셨는지, 오늘 학교에

있는 동안 같은 걸 사 오신 모양입니다.

전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둘은 똑같은 신발을 신고, 즐겁게 학원으로

힘차게 걸었습니다.

 

사실 제가 전에 포스팅 한

'중년에게 친구라는 건' 글이 있는데, 사실 이 친구가

생각이 나서 포스팅 한 글입니다.

 

이 친구는 사실 지금 이 세상엔 없는 친구입니다.

제일 친했고, 제일 오래되었고, 가장 서로를 잘 알고,

친구들 중 서로 가장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던 친구인데,

지금은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벌써 10년쯤 되었네요. 너무 놀라서 도착해서

장례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잘못된 선택과 힘든 삶으로 아주 먼 곳으로 가버린

그 친구가 그렇게 가버리기 전 2달 전쯤 만난 기억이

있는데, 그 친구가 제게 차를 안 가지고 고향에 혼자

잠깐 왔다가 버스터미널 이라니깐, 자기 안 보고

갔다고, 버스터미널로 왔더군요. 전 그 친구가

뭔가 새로운 일로 바쁘다고 해서 방해하기 싫어서

연락을 안 하고, 저도 일정이 바빠서 바로 버스를

타고 올라오려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하고 제가 있는 버스 터미널로 왔습니다.

그때 제게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 야. 이번에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로

돈 벌어보려고 한다. 말했지? 저번에 그거...

잘되면 내가 너 올 때마다 쏜다. 알았지?.

연락 좀 자주 하고 인마!. 요즘 신난다 조금.ㅋㅋ"

친구는 방황기가 좀 길었고, 어떤 계기로 휴대폰 관련

수출 쪽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기론

그것마저 잘못되고, 상당히 괴로워했던 거 같더군요.

그때가 그 친구를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왜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 한마디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기도 하고, 먼저 힘든 건

없냐고 물어보지 못한 게 참 안타깝습니다.

 

중년쯤에 친구라는 건이라는 포스팅에서 썼듯

친구는 친구인데 말입니다.

여하튼 요즘 그 친구가 한 번씩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와 추억 중 새로 산 운동화 추억이 나서

이렇게 글로써 그 친구를 그려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친구분들에게 힘든 일 없냐고

물어보시거나, 친구가 여러분에게 힘든 게 없냐고

물어보는 친구가 있는지요.

그런 친구가 있으시다면 여러분은 정말 성공한

인생을 살고 계시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 친구가 더 그리워지는 중년쯤에...

거기선 신발 뺏기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지내라. 친구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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