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수능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서 달려온 학생들의
1차 종착지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수능 기간에는
학생이던 부모님들이든 서로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됩니다.
오늘은 저 또한 오래전에 겪었던 일이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같은 나이와 세대는 학력고사
마지막쯤이거나 수능 초창기 세대이겠죠.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한 만큼만 하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리고 될 수 있음 밥은 다 먹고 알았지?
잘하고 와. 시험 못 봐도 안 쫓아낼 테니까"
"네. 어머니. 그럼 시험 보고 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시고 계셨고,
보통은 저희가 아침을 먹기 전에 출근을 하시는
아버지께서는 그날은 일찍 출근을 하지 않으신 채
아침을 같이 드셨습니다.
위로 형이 있는데요. 형은 마치 주사를 먼저 맞은
사람처럼 한마디를 아침 식사 자리에서 하더군요.
"모르는 건 그냥 넘기고~아는 것부터 풀고~
알았지? 그냥 실력대로 푼다고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봐.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옆에서 여동생도 한마디 했습니다.
"오빠~ 시험 끝나면 나 롤러 좀 가르쳐주라.
애들 중에 나만 못 타. 알았지? 시험 잘 봐~"
아무 말 안 하시던 아버지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좀 잤냐? 너만 보는 시험도 아니고, 다 똑같아.
다 긴장하고, 그런 거니까 그냥 편히 보고 와.
아빠하고 엄마가 너 시험 끝나는 시간 맞춰서
태우러 갈 테니 그렇게 알고. 응?"
"아버지 그냥 저 혼자 올게요. 그게 편해요.
친구랑 같이 만나서 집에 올게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
저는 시험을 보는 당일 아침에 조금 이른 시간에
오랜만에 모든 식구가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시험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먹을 어머니는 보온 도시락에 정성껏
준비를 하셔서 벌써 거실 테이블 위에 있었고,
아무리 긴장을 안 하려 해도 그게 잘 안되는 그날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머릿속에서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는 영어 단어와 공부한 내용들이
저도 모르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방학 개학날을 착각해서 1주일을
결석 처리가 되고, 군대 가는 입대일을 하루 착각해서
세상에서 가장 급하게 입대도 한 저이지만,
아래 링크 첨부했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날짜를 착각하거나
잘못 알 수가 없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죠.
10년 전이던, 20년 전이던, 그리고 30년이 지난
아주 오래된 일이든지 간에 대학을 가기 위해
시험을 보는 그날은 온 집안 식구들이
모두 긴장하고 예민하고, 초조하고,
그런 날이죠.
요즘이야 클릭 몇 번으로 합격 여부를 확인하지만,
예전에는 학교 운동장에 엄청 큰 현황판 위에
하얀 도화지 위 시험 번호나 이름 등을 전 식구가
모두 직접 가서 확인하고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그 시절 그날 저는 시험을
무사히 잘 보았고,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못 보지도 않은 점수로 시험을 봤죠.
이제 시험이 3주도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이 가장
위로가 될까요?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자녀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좀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말들을 해줍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래 말씀드릴 말들은
제가 모두 들었던 말들로
당시 그 말을 듣고 나서
혼자 했던 생각들입니다.
"평소 때 하던 대로 해."
-> 평소에 공부 열심히 안 했는데요...
그리고 이 말을 들으면 더 주눅이
들 거 같습니다.
"아는 것부터 풀고, 모르는 건 나중에 하고..."
-> 모르면 못 풀죠. 찍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는 것부터 푸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떨지 말고, 긴장하면 아는 것도 틀린다."
-> 직접 시험 안 보잖아요. 어떻게 안 떨려요.
긴장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너라면 할 수 있어. 화이팅!..."
-> 할 수는 있지요. 시험을 보는 건 할 수 있지요.
다만, 점수는...부담되게...
"시험 잘 보면 OO가서 OO사러 가자. 알았지?"
->시험 못 보면 OO은 없다는 말입니다...
"엄마아빠가 절에 가서 기도했어. 다 잘될 거야."
->그래서 시험 점수 잘 나온다면 저도 가서
기도 했을 껍니다...
"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했으니깐, 파이팅!"
->시험 보는 어느 누가 간절하지 않을까요...
이런 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가족과 주위 분들께
많이 들었을 겁니다.
물론 가족들과 주위 분들이 당시 수험생이었던
제가 시험을 잘 보고, 좋은 성적을 바라시고,
온전히 저를 위해서 해주시는 감사하고 또 감사한
그런 말씀들입니다.
다만, 저는 직접 겪어보니 수험생들이 진짜로
듣고 싶거나,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학교와 학원,
그리고 도서관, 독서실, 과외 등등
요즘처럼 조금은 조기교육을 하지 않은 면 뒤처지는
어쩌면 저희 때와 더 일찍 경쟁을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만 해도
약 6년 동안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했던 그동안의
고생과 힘듦을 조금이나마 그 1차 도착지인
대학 시험에 앞서 어떤 말로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전 저희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시험을 보러 갈 우리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을 하려고 합니다.
"사랑한다.저녁은 우리 딸 좋아하는 거 콜?"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자신과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같이 뛰어준 부모님이 너무 고마울 겁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것을 바라고 해주지는 않지만,
아이도 혼자서만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하루하루 긴장과, 그리고 어쩌면
뒤처진다는 두려움과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것들을 지금껏 대학을 가기 위해 보는 이 시험만을
위해서 그동안 그렇게 달려왔는데,
그 시험을 보는 날까지는 그런 건 느끼지 않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날은 그 어느 날보다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긴장도 안 해야 하고, 떨지도 않아야 하고
그리고 열심히 해온 스스로를 기억하기만 하면
될 듯합니다.
그래서 무슨 특별한 날인 듯 오히려 긴장과 떨림을
주고 잘해라... 잘해라...보다는 아이에게 부모가
언제나 너를 응원해...라는 말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만 해주는 것이
시험을 보는 수험생 자녀에게도 시험 보기 전까지
있을 극도의 긴장감과 떨림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요?
근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평상시에나, 지금껏 한 번도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부모님들도 계실 수 있어요.
평생 한 번도 듣지 못한 그 사랑해를 시험 당일
한다면...
우리 부모님들. 평상시에 가족들에게 그리고
특히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해주세요.
이것만큼 수능을 보는 자녀에게 큰 응원이
있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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