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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실종신고와 모래속 용돈

by 40대 아재 202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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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카테고리중 일상에 대한

포스팅을 하게 되었는데요.

1980년 초반에 있었던 이야기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40대 중년아재는 위로는 형이 한명 있고,

밑으로는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만을 소개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40대 중반아재입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빠! 나 또 잃어버렸다! ㅎㅎㅎ"

"뭐? 또?"

 

집안 전체가 대부분 건축관련 일을 하시는

저희 집안은 아버지께서 작은 건축회사를

운영하시고 계셨는데요.

당시 단독주택을 많이 짓던 시절인데,

항상 저희 집 앞에는 공사에 사용하는

모래들이 조금은 높게 쌓여 있곤 했었습니다.

 

집앞에는 언제나 공사를 위해 사용하는 모래가 자주 쌓여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시 지금처럼 게임이나 놀만한 

장난감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이런 모래는

아이들에게 제법 인기있는 놀이가 되는 것이였죠.

이곳에서 저와 제 여동생이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은 아버지에게 받은 동전을 항상

이 모래속에 넣어놓는 버릇?이 있었는데요.

막내이기도 했고, 유일한 딸인 이유로 아버지는

언제나 여동생이 원하면 동전을 하나씩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와 형에게는 조금은 엄격히

용돈을 주셨고, 지정된 날이 아니면

절대 추가로 주시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기 때문에 여동생이 받아오는

동전 하나하나가 당시 굉장히 요긴한 상황이였죠.

 

"아~왜 또 숨겨놨어...잃어버리면 안되는데...

오빠가 찾아볼텐데, 못찾을 수도 있다. 알았지?"

"응~오빠! 그리고 못찾으면 아빠한테 또

달라고 하면 되니깐 빨리 찾아봐 ㅎㅎㅎ"

 

동전은 언제나 제 것이였습니다.

 

여동생은 동전을 모래속에 숨겨놓고 그걸 찾는

제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어디쯤에 숨겨놓은지 대략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전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죠.

그리고 동전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못찾았다고

여동생에게 아쉬운 표정으로 빨리 아버지께

동전 또 받아와 하는 암묵의 메세지를 던졌습니다.

 

"아~~진짜 없네...못찾겠는데? 에이 아깝게..."

"ㅎㅎㅎ 못찾았지?ㅎㅎㅎ못찾았지?ㅎㅎㅎ"

"응~ 못찾겠어. 너 되게 잘 숨긴다 ㅋㅋ"

"그치?그치? 아빠한테 또 달라고 해야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집으로

들어가는 여동생을 보면서 모래속에서 찾은

여동생의 동전이 얼마짜리인지 확인하고자

바로 잠깐 숨겨논 곳을 급하게 파냅니다.

당시에 자주 먹었던 간식이나 먹거리 중

하나에 1원 하던 '독사탕' 또는 '돌사탕'으로

불리는 빨아먹기만 한다면 하루종일 

입안에서 빨아먹어도 전혀 닳지않는 

무시무시하게 단단한 사탕이 있었습니다.

10원에 10개였던 그 사탕을 무려 100개나

사먹을 수 있는 100원짜리가 그 모습을

후광을 비추며 제 눈에 보였습니다.

 

"ㅋㅋㅋ 대박!. 백원짜리를 숨겼었구나.ㅎㅎ

근데 아버지는 이렇게 큰 돈을 왜 막내에게

주셨지? 나한테는 용돈외에는 안주시는데...

암튼 오늘은 뽑기에 쫀드기도 먹겠다.ㅋㅋ"

 

동전을 주머니 깊이 넣은 채 몸에 묻은 모래를

손으로 털고 있는데, 여동생이 신나는 얼굴로

다시 제가 있는 곳으로 걸어나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손에 뭔가 또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전이였습니다. 다시 말해 추가적인

제 용돈이 되는 것이였죠.

 

"오빠!오빠! 여기 또 있다! 아빠가 줬다!

나 또 숨길테니까 또 찾아봐 알았지?ㅎㅎ"

"어? 어. 근데 봐봐 얼마짜리 동전인데?"

"몰라.오빠가 봐봐"

 

이번엔 50원짜리 동전이였습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였습니다.

돌사탕이 무려 50개인 동전입니다.

전 귀찮은 표정으로 빨리 숨기라고 여동생에게

말을 하면서 뒤로 돌아서 안볼테니 빨리

숨기라고 말을 하면서 힐끔힐끔 여동생이

어디에 숨기는지 확인하고 있었죠.

마치 GPS처럼 정확한 좌표가 제 머리속에

저장이 되어 눈을 감아도 찾을 만큼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했습니다.

 

"다 숨겼어? 숨겼으면 찾는다!"

"응~오빠 찾아봐. 다 숨겼어 ㅎㅎ"

"어. 이근처인가....아니 저기인가..."

 

저는 동전을 못찾는 척 어려운 표정과 말로

여동생을 안심시키며 좀전에 저장된 동전의

정확한 위치로 손을 밀어넣었습니다.

역시 동전은 그곳에 있었고, 동전을 손에 잡고

못찾은 것처럼 계속해서 모래속을 뒤집으며

난감한 표정으로 동전을 찾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는만큼 여동생은 옆에서 신나했고,

저는 겉으론 힘든표정이였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모래속에서 그렇게 한참을

찾는 모습을 보이며 여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에이~ 못찾겠다. 아뭏튼 모래속에 있을테니까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찾자~ 알았지?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에게 더 이상 동전 달라고

말하지 말고. 알았지?"

"치~ 더 달라고 해서 더 숨기고 싶은데..."

"안돼 자꾸 너 동전 잃어버리면 아버지한테 혼나.

그러니까 내일 또 하자. 알았지?"

"어...대신 내일 또 숨길테니 찾아야돼 알았지?"

"그럼. 당연하지 내 용돈...아니 알았어"

 

계속해서 동전을 아버지에게 받아오면 

같이 놀고 있는 제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혼날 수도 있는 상황을 예방하고자

보통 2~3번으로 끝내는 것이 이 놀이의

불문율로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오늘은 무려 150원을 추가로 제 주머니속에

들어와서 저는 동네 친구들과 학교 앞

문방구로 가서 돌사탕을 수십개를 사서

나눠먹고, 아폴로와 같은 불량식품을

사먹으며 추가적인 용돈을 탕진하곤 했습니다.

 

다음날 보통 점심을 먹고 모래놀이를

하던 시간인데, 왠지 너무 조용한 집안에서

저에 간식거리와 친구들과의 돈독한

우애를 지키기 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여동생이 모래가 있는 집앞으로

나오지를 않아서 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뭔가에 굉장히 집중하는 모습으로

방 한가운데에서 뭔가를 계속 집어먹는 듯한 

여동생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혹시 맛있는 걸 혼자 먹고 있는건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너 오늘은 모래놀이 안해?

근데 너 지금 뭐... 으헥!"

"오빠도 먹을래? 맛있어. 하나줄께."

"야! 너 그거 먹지마! 그거...그거...

엄마!! 이거봐봐!"

 

저는 부엌에 계시던 어머니를 부르며 여동생의

엽기행각에 놀라 장농쪽으로 바짝 붙어서 

여동생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잡은 파리를 잘 먹었습니다.

 

"에이 찌찌!! 퉤 해! 더럽게 왜 이걸 먹어.

저번에도 그러더니 빨리 밷어. 퉤퉤..."

 

그랬습니다. 제 여동생은 어머니가 방안에

많이 날라다니는 파리를 파리채를 통해서

그때그때 잡은 것을 조금 모아놓고 한번에

치워놓으시곤 했었는데요.

여동생은 그걸 종종 먹을것으로 착각하고

파리를 먹곤 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 회상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가 처리를 다 하시고, 

항상 귀엽기만 했던 여동생이 조금은 무서운

느낌을 가진 채 물었습니다.

 

"너 오늘은 모래놀이 안해? 동전 안 숨겨?"

"어. 없어. 돈 없어. 오늘 안해."

 

일 나가신 아버지가 보통은 점심에 자주

집에와서 식사를 하시고 나가시곤 했는데,

오늘은 아버지가 밖에서 식사를 하셔서

오늘은 마침 아버지에게 동전을 받을 수 없어서

여동생은 모래속에 돈을 숨길 동전이 없었죠.

 

"어. 알았어. 그럼 방에서 놀아. 오빠는 나간다.

그리고 너 파리 먹지말고..."

"...."

 

그렇게 밖에 나온 저는 집앞에 잔뜩 쌓여있는

모래에서 잠깐 놀다보니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되었고, 마침 친구들도

오늘 눈에 보이는 녀석들이 별로 없어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낮잠을 좀 잘까 생각하다가

마침 햇볕을 받아서 제법 따뜻한 모래에서

누워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모래 맨 위를 평평하게 만들었다가 

누워보니 자꾸 모래가 무너져서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TV에서 해수욕장에서 머리만 내놓고

모래속에 몸을 넣는 장면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래는 털면 되니까 옷을 버린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않고 있는 힘껏 다리부터

모래속으로 밀어넣으면서 한참을 그렇게 

몸을 모래속으로 넣고 머리만 밖으로 나온채

제법 따뜻한 모래속 온도로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제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따뜻한 모래속 온도와 몇일간 친구들과의 

노는 체력이 바닥날 정도로 놀았던 이유로

저는 그소리에 잠시 잠에서 깼지만 다시 깊은 잠에

빠져서 그렇게 모래를 이불삼아 잠을 잤습니다.

 

"그니까 도대체 어디갔냐고?...내가 정말...에휴..."

"집에 있으면서 애도 제대로 안보고 말야..."

"내가 집에 있다고 노나?.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도대체 어딜 간거야 이놈은..."

"경찰서에서는 아직 연락 없고?"

"네. 아까 다녀갔고, 기다리라고만 하니..에휴..."

 

그랬습니다. 파리를 먹다가 어머니께 걸려서

못먹은 여동생이 방에서 이것저것 혼자서

서랍과 장농들을 호기심에 열었다가 

동전을 찾아서 다시 모래속에 동전을 숨기려

저를 찾았지만, 벽쪽 안보이는 쪽으로

머리만 나온채 모래속에 누워있는 저를 

찾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오빠가 없다고 말하고,

어머니는 친구들과 놀러갔다고 생각하시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찾아도 없어서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낸 것이였습니다.

 

제 실종전단을 볼 뻔 했습니다.

 

당시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는 물론이고,

가끔이지만 아이들을 유괴하는 일도 발생하는

그런 시절이였기 때문에 부모님과 가족은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십리 밖에서도 일초도

안쉬고 뛰어올 정도로 정확한 시간에 밥을

먹으로 오는 저를 생각하시면서 밥시간에

오지않는 저를 바로 경찰에 신고하신 것이죠.

일을 마치고 오신 아버지도 동네를 다 돌아

저를 찾아다니시고, 어머니와 형, 그리고 

제게 언제나 추가적인 용돈을 주는 여동생도

그렇게 한참을 동네에서 저를 찾아다시시며

걱정을 하시고 계셨던 것이였습니다.

 

"으으으....뭐야....깜깜하네...배고프다...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배고파...

그리고 번쩍거리는 건 뭐야..."

 

저는 모래속에서 몸을 빼내고 옷에 묻은

모래들을 털어내면서 주위를 살펴 보았습니다.

경찰차가 저희 집 앞 골목에서 파란색과

빨간색의 빛을 내면서 요란하게 비췄고,

아버지 손을 잡은 여동생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 몇 명이 저희 집 대문앞에

모여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웅성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옷에 묻은 모래를 거의 다 털었다고 생각하고,

우선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여동생 뒤로 다가가서 조용하게

여동생에게 분위기상 조용히 물었습니다.

 

"야. 작은오빤데, 무슨일이야? 왜 경찰차가

우리집에 있어? 아빠하고 엄마는 왜 여기

나와 계시는 거야? 너 알어?"

"응. 작은 오빠 찾고 있는데? 응? 오빠!

작은 오빠 여깄네! 아빠!아빠!"

 

여동생은 아버지와 잡고 있던 손을 흔들며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버지가 저를 돌아보셨습니다.

 

"너...너...이놈의 자식...어디에 있었어?

밥 때가 되면 세상이 망해도 오는 놈이

이 시간까지 어디있었어?"

"아. 그게...집 앞에 모래속에서 잤는데요..."

 

저는 모래속에서 잤을 뿐입니다.

 

"여기 있네요. 찾았네요...참나...에고..."

"너 어딨었어?"

"대문 앞에 있는 모래속에서 잤대...

어이가 없어서..."

"뭐? 모래에서 왜 자? 이놈의 자식..."

 

그렇게 집 앞 모래속에서 잠을 잔 사건으로

실종신고까지 한 조금은 어이없는 일로

그날 등짝 스메싱을 수차례 맞으며

조금 늦은 저녁을 먹을 때 울면서 먹은

그날의 기억이 납니다.

 

추석 명절이 되니 여동생은 자신의 시댁으로

명절을 보내러 갔다가 오늘 길에 저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어릴 적 이 이야기를 하니 가족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요즘도 많은 아이들의 실종신고가 나는데요.

문명이 발전하고 과학적인 것들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있기는 하지만, 

운전을 하다가 가끔씩 보이는 길거리의 

실종신고관련 현수막등을 보는데요.

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이 되면 더욱 더

하루라도 빨리 애타게 찾고있는 가족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주위에서 지금보다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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