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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 memory

행복해지는 치킨 먹을까?

by 40대 아재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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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년아재 입니다.
어느 때부터 저희 집에는 튀긴 것에 대한
불문율이 생겼습니다.
그런 게 생긴 이유는 바로 저였죠.
고지혈증(스타틴 계열) 약을 꽤 오랫동안
먹었는데, 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가는 것을
2달가량 미루고, 마침 그 기간에 쉬는 날과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제가 집에서 일을 하는 동안 와이프가
회사에 있을 땐 아이와 저 둘만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삼식이(하루 세끼 다 먹는...)
는 무리였고, 아침 겸 점심인 아점을 아이와
함께 먹다 보니, 루틴이 어느 날부터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딸~~ 시켜먹을까?. 맛있는 게 맛없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딸을 밥을 하거나, 반찬을 신경 쓰고,
설거지와 귀차니즘으로 인해 딸을 설득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한*도시락부터, **떡볶이, 튀김, 피자, 치킨 등
그렇게 맛이 있는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리니,
로테이션을 계산해서 적절히 발란스를 맞춰
주문을 한 후 끼니를 그것들로 채웠고,
집에 온 와이프도 몸도 힘들고 하니, 남은
위에 음식들을 그냥 이거 먹고 말지... 식으로
하루하루 지냈습니다.

오전 시간에 업무가 느슨한 날이 있어서
근처 다니던 내과에 가서 피검사를 하고
그 다다음날 결과를 들으러 와이프와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10년 넘게 단골인 병원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도대체 어떻게 지내신 거예요? 다 빨갛네...
약은 왜 처방 안 받으시고, 떨어진 지가 3달은
된 거 같은데... 이번엔 약도 용량 바꿔야겠네.."
빨갛다 라는 건 검사항목별 검사 결과가
기준치보다 높거나, 벗어나면 나 오늘 걸
그렇게 말하는 거였는데, 10년 넘게 알고 지낸
의사 선생님이셔서 그런 건지 더욱더 화가 좀
난 듯한 표정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 아... 그게... 네..."
한 달 뒤 다시 검사를 해보자 라는 말과 함께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고, 나오자마자
와이프는 등짝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 어쩐지 그렇게 시켜서 먹더니... 원수.. 나까지.."
와이프도 약을 먹어야 할 상황이 온 거였습니다.
좀 억울한 건 있었지만, 여하튼 기름지고, 중성지방
높고, 콜레스테롤에 좋지 않고, 고지혈에도
좋지 않은 음식을 3달 넘게 먹었고, 약을
그 기간 동안 먹지도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거기서 끝이 아녔습니다.
아이가 다니던 병원에 다녀왔는데,
우리만큼은 아닌데, 역시 콜레스테롤과 LDL 등이
높으니, 음식조절해야 한다는 진료를 받아서
이제 저희 집은 그동안 아무 거리낌 없이 먹던
피자, 치킨, 햄버거, 고기, 인스턴트 등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올 때까지는 금지로 가정령을
선포하고, 극한의 인내를 감내하며, 음식과
운동을 병행하여, 조금씩 떨어져 가는, 그리고
정상적인 수치로 가고 있는 결과를 조금씩
가져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최근 검사 결과는 와이프와 아이는 많이
좋아졌고, 전 중성지방이 좀 높아서 아직 좀 더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때보다 좋아진 건 분명하고,
나물이나, 샐러드가 이제 쳐다만 봐도 왠지
풀만 먹는 게 현타가 와서 어느 날 저는 가족들을
거실에 모아놓고 중대발표를 했습니다.

" 우선 저번에 내렸던 인스턴트와 튀김, 그리고
빵, 지방 관련 금지 가족령을 오늘로써 해제하고,
많이 먹고, 자주 먹으면 그렇다 라는걸 증명한
몇 달 동안 수고들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치킨 먹을까?"

"짜아아아악~"
와이프의 등짝 스매싱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치킨을 원하는 눈부시게 원하는
별빛이 나오는 눈빛과, 아픈 등을 문지르는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와이프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튀긴 거 말고 구운 걸로 시키던가... 원수들.."

그렇게 우리는 정말 몇 달 만에 맛있는 치킨을 먹었고,
앞으로는 이치 킨 시키자, 맛있다, 훌륭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서로에게 말을 하며, 오래간만에 기름기 있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당분간도 음식 조절하며, 운동과 함께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지만,
또한 나와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지만,
가끔씩은 가족을 위해 아주 가끔은
치킨을 먹고, 이 또한 로테이션 간격을 잘 발란싱 해서
티 나지 않게 먹는 행복으로 위장해서
먹겠습니다.
먹는 행복을 위해 오늘 퇴근길에
배달 말고, 주문 뒤 픽업해서 직접 집에 들어갈 때
맛있는 냄새와 함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치킨이나

먹으면 먹을 수록 건강해지는 피자는 없을까?


건강합시다. 우리 모두 여러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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